지식경제부가 지난달말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며 40여개의 규제일몰제 대상을 추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에 포함된 규제는 타당성 재검토 대상에 올라 적정성을 다시 평가받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정부는 민간업계가 정비를 건의한 내용들 위주로 일몰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경부는 이번 작업을 벌이면서 '태양광 발전차액 기준가격' 고시를 규제일몰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발전차액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과 보급을 위해 정부가 만든 지원제도이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전봇대'가 아닌데도 말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고시를 규제로 볼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부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담당부서는 '규제가 아니다'란 입장이었고, 규제개혁 담당부서는 '규제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다 시간에 쫓긴 정부는 결국 발전차액 기준가를 '규제 아닌 규제'로 규정하고 만다.

 

지경부 관계자는 "(발전차액 기준가격 고시는) 원래 규제는 아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편익이나 지원을 규제로 봐도 무방하다고 해서 포함된 것 뿐"이라며 "어차피 발전차액 기준가는 시기가 도래하면 개정해야 하고, 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어떤 민간기업이 정비를 요구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누군가 낸 것으로 아는데 잘 모르겠다(규제개혁부서)", "담당부서가 알고 있다(신재생부서)"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그 조차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몰제 대상을 대통령에 보고하면서 "민간업계가 건의한 내용"이라고 밝힌 그 지경부다.

  

발전차액 관련 고시가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규제와 지원도 구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참에 발전차액지원제를 없애버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조금만 고민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오해들이다.

 

여러모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일몰제를 확대 도입하겠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에너지ㆍ자원분야의 '전봇대'가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만큼 좋은 정책도 드물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처럼 '아니면 말고~'식의 규제 완화는 곤란하다.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을 가장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전봇대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최소 5년뒤, 10년뒤를 내다보고 뛰고 있는데 1,2년 앞도 보지 못하고 헤매는 정부 정책은 결코 신뢰를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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