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정부는 지난 1월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추진 전략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법률적으로 뒷밭침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저탄소 사회를 추구하는 기본법으로 당연히 사려깊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할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다양하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가 산업 경쟁력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고 NGO측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떨어진 원자력이나 4대강 정비사업 같은 사업을 슬쩍 끼워 넣어 ‘녹색 세탁(green wash)'을 의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우려와 비판이 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녹색사회를 위한 기본법의 제정은 쌍수로 환영해야 할 일이나 ‘기본법’으로서 모든 구체적 사항을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이 법이 기존의 유사한 모든 법령보다 우위에 서있다면 보다 선언적인 규정과 일반적 원칙을 천명하는 선에서 국민 대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연후에 구체적 영역에 따라 하위법을 제정, 개별 정책을 지원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유연한 법운용이 가능하고 사회적 수용이 용이할 것이다.

 

특히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 일방적인 정책의 강행이 얼마나 비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우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원자력이나 4대강 정비 같은 내용은 기본법에 넣지 말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 천천히 하위 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신에 모든 개발 사업에 대해 ‘지속가능성 평가(sustainability appraisal, SA)’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 평가란 어떤 개발 사업이 국가나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해 만약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사업 계획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속가능성이란 자연 자원으로서 환경의 보존, 인간 자원으로서 사회의 행복, 그리고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성과가 모두 이루어지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따라서 극단적 대립을 피하면서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 impact assessment)를 하게 돼 있으나 환경적 측면만 고려하고 있어 해당 사업이 환경, 사회, 경제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지속가능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여부는 도외시되고 있다.

 

녹색성장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범위에서 자원을 이용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개념이라면 이러한 지속가능성 평가는 녹색성장기본법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Planning and Compulsory Purchase Act 2004”에 따라 모든 개발 사업은 지속가능성 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가 참고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5년의 집권 기간 내에 많은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은 이해하나 녹색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기본법이니만치 먼 미래를 보는 자세로 기본 사항을 먼저 확실히 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차차 하나씩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는 그야말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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