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제품도 안 팔리는데 공급량이 더 많아지고 있어 정말로 걱정이다"  한 중소 석유화학업계 A 사장의 말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는 기자 입장에서 볼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가 급락으로 세계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며 장기불황 조짐까지 보이는 현 시점을 국민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량이 많아진다는 얘기는 수 년 전부터 언급이 돼 왔다.

하지만 올해가 두달이 지나고 기자는 이런 말들을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석유화학기업들의 시름은 예전의 고민과는 사뭇 다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가동률은 53% 수준이다. 전체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총 21개사의 가동률은 약 53% 수준으로 몇개 업체의 경우 최근 6개월 동안 조업을 중단한 상태이기도 하다.

 

수요 부진과 중동의 석화설비 완공, 구조조정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석유화학 기업에 또 다른 위협이다. 올해 초 지식경제부는 석유화학업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들이 그룹의 계열사고 결코 놓칠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이기 대문이다. 여기에 더해 IMF 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이 10년이 지난 지금 점점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어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기업은 절대 M&A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 자율적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소인 셈이다. 

여기에 각국의 무역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체 생산규모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인도 등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반덤핑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다. 앞으로 중동발 제품 공급 증가와 국가간 무역분쟁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돼 석유화학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버릴것은 버릴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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