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동물복지 도입 이면속 우리 축산물 거들떠보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지난해 한-EU FTA 협상때 거론된 '동물복지'생경한 단어 떠오르지만 우리나라 동물에 대한 복지는 어느 수준이 쉽게 짐작되는 부분들이 많다.

 

우리 고유 명절이나 기념일 등의 의미있는 풍습과 문화 대신에 국적없는 기념일들이 새로운 문화로 급속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물론 이중에 상업적인 측면이 언론을 이용해 만들어낸 부분들이 대부분이다.

 

지난주에 다름 아닌 '화이트 데이'는 문화가 판을 쳤다.

 

한 예로 이런 독특한 지정일 중엔 양계농가의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닭이 우는 소리를 이용한 '구구데이'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닭은 역사적으로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에게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자양음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사위를 잘 대접하려는 장모님이 큰맘 먹고 마련하는 음식이 바로 맛있는 닭요리였기 때문이다.

 

요즘 닭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한여름 복날에 푹 고아먹는 삼계탕과 궁중닭찜, 불 곱창 등 다양한 닭고기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농협과 양계협회, 계란을 사랑하는 모임 등에서는 9월 9일을 '구구데이'로 정해 '닭고기, 계란 소비 촉진의 날'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닭 농가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2007년 한-EU FTA 협상때 '동물복지'라는 생경한 단어가 튀어나온 기억이 있다. 당장 사람의 복지도 요원한 판에 무슨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하라니 의아스럽기도 하거니와 은근한 반감마저 들었다.

 

예컨대 양계장에서 닭을 빽빽한 틀에 넣어 밤낮없이 불을 켜 두면 계란이야 더 낳을지 몰라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거기서 낳은 계란이 온전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산란용 닭이라도 날개 펼 공간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다른 생명의 존엄도 지켜주자는 얘기다.

 

EU에서는 이미 1999년에 '가축보호 및 후생조약 의정서'를 발효 2012년부터는 밀폐된 공간에서 끊임없이 사료를 주는 '배터리식 우리'에서 산란용 닭 사육을 금지시켰다.

 

영국에서는 구제역과 광우병 등의 원인이 '공장형 축산'이라는 판단 아래 1996년 동물복지법을 제정했고 8년전부터 어미돼지의 금속틀 사육을 금지해 왔다.

 

거기에다 올해부터는 모든 가축수송차량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수송과정에서 가축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동물복지형 축산을 위해서는 토지면적이 한우 2.3배, 산란계는 5.4배나 더 필요하다고 하며 또 다른 조사에서는 동물복지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이 돼지는 최고 53%, 소고기가 9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EU에서는 일정 사육기준을 충족하는 농가에게 공동농업정책(CAP)아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그들이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하자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우리 축산물은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육식 인구가 매년 증가해 '동물복지'개념 인정 문제를 아직도 먼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EU는 축산물의 관세철폐 촉구를 넘어 위생 및 검역조치 분야에서 '동물복지'카드로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어쩜 동물복지 운운한다는 게 아직까지 생뚱맞게 들릴 수 있지만 국제적인 추세를 보면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동물복지 문제는 앞으로 농축산물 교역에서 무역장벽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유럽연합이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으로 동물복지 표준을 세계무역기구(WTO) 테이블에서 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반발 때문에 협상 대상은 되지 않았지만 품질표시제도에는 언젠가는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생명은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신들의 삶을 위해 다른 생명을 제어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2009년 '동물복지'가 개운치 않게 들리는 것은 그 순수한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다른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설령 동물복지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는 동물복지 계란과 닭고기를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구입할 것인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디 닭 오리 소 돼지 뿐이 아니다. 요즘 왠만하면 애견을 키우는 집들이 상당히 많다. 돈주고 개를 살줄 만 알지 경기가 어렵다고 버려진 유기견들이 넘쳐 지자체에서는 골머리라고 한다. 동물복지는 바로 사람중이 아닌 더불어 함께 해야 진정한 동물사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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