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 겸임교수)

세계는 지금 경제위기, 고용위기, 환경위기라는 초강력 삼각파도에 휩싸여 있다. 각국은 여기서 침몰하느냐, 순항하느냐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기회를 맞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는 경제ㆍ사회적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삼각파도를 무사히 넘으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을 실현할 수단인 그린뉴딜을 쏟아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17일 청정에너지 산업의 집중 육성을 위한 782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에 서명했다. 이로써 신성장 동력의 핵심 수단으로 청정에너지산업의 집중 육성이라는 정책 인프라를 깔게 됐다. 오바마는 ‘미국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은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중장기적 발전의 기틀을 놓았다.

 

석유에 중독된 미국 경제의 위기와 한계를 녹색투자로 극복하기 위한 오바마 리더십의 뿌리는 어디인가. 그것은 그가 당선된 직후에 내놓은 미국 진보센터(CAP)의 ‘21세기 신뉴딜 정책’에 있다. CAP보고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화석연료에 투자한 것보다 4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1000억 달러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경우 2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미국 석유의 70%를 먹어치우는 자동차를 고효율 그린카로 바꾸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비롯하여 전기의 40% 이상을 소비하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부시에 의해 거부된 신생에너지 공급 의무할당제를 포함하여 청정에너지 기술투자와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세금 공제를 5년간 연장하는 등 ‘오바마식 그린 뉴딜’ 추진을 위한 각종 정책적 인프라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증대 지원 프로그램에 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빈곤층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동시에 오바마는 자신의 그린뉴딜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확고한 철학과 실력을 갖춘 참모들을 임용했다. 백악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담당 정책실장으로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계 업무를 총괄할 에너지 차르(czar)에 환경보호청(EPA) 최장 재임자 캐롤 브라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에 하바드대 물리학자 죤 홀랜드, 에너지부 장관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며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환경부장 출신인 스티븐 추, EPA 청장에 뉴저지 주지사 사무장 출신인 리사 잭슨, 국립해양 및 기후청장에 오리건주립대 교수 제인 루브첸코를 임용했다. 월스트리트지는 이들을 가리켜 “탄소 파괴자들이자 극한 녹색주의자들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제들을 공격적으로 수행해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2년 내에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 외에 향후 10년 동안 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150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중장기 처방도 제시했다. 그는 단기 및 중장기 그린뉴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2년까지 에너지 공급의 10%, 2025년까지 25%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까지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8.15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구상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1월 50조원짜리 ‘MB판 녹색뉴딜’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4대강 정비, 녹색교통망, 숲가꾸기, 그린홈 및 그린스쿨 등 9개 핵심 사업에 39.4조원을 투입하여 약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해예방 및 산림복원, 재해위험지구 정비,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등 27개 연계사업에 10.7조원을 투입하여 2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대부분이 녹색을 덧칠한 공사판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저탄소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은 없고 꿰맞추기식 단기처방이 대부분이다.

 

오바마와 이명박은 참모 기용 측면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청와대, 지식경제부, 환경부, 녹색성장추진위원회 등 어디를 봐도 오바마의 녹색전사와 같은 인물을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 장관은 최근까지도 환경재앙과 경제재앙을 몰고올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대운하를 역설하고, 인수위 시절부터 대운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실세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오바마 그린뉴딜의 방점이 ‘저탄소 신성장 동력 확보’에 있다면, 이명박 녹색뉴딜은 토목공사를 통한 ‘꿰맞추기식 일자리 창출’에 있다. 누가 더 현명하다고 보는가? 이명박 정부는 건물 외벽만 녹색으로 칠해 놓고, 이것이 바로 저탄소 친환경 건물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경제위기, 고용위기, 환경위기를 극복하면서 대한민국을 ‘저탄소 일등 녹색국가’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단기 및 중장기 녹색뉴딜을 다시 디자인하라. 이제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비판을 귀담아 듣고 반대자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라.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