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 체산성, 경제성 이유로 '방치' 큰문제

광물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경제성이 없어 폐광된 곳이 주목받고 있다.

유망광산을 선정해 탐사 단계에서부터 민간과 함께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재개발 유망 금속광산 22개를 발굴할 계획이다.

1차로 가곡 연아연 광산을 민간과 공동개발 중이고 경북 울진 금음 몰리브덴 광산, 충남 금산 우라늄 광산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고 인력과 기술력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무분별한 광산 개발은 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폐광, 다시 개발되는 이유

우리나라 광산은 매장량이 풍부해도 대부분 상품가치가 낮았다. 따라서 경제성이 낮을 때 팔아야 해 캐면 캘수록 손해였다. 이 때문에 전체 등록광산의 85%인 4438개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말(2008년 11월 기준) 남아있는 금속광구는 786개다.

 

국제 우라늄 가격은 2003년 t당 11.53달러에서 2008년 3월 73.75달러로 5.4배나 올랐다. 같은 기간 구리는 3.7배, 아연은 3배 올랐다.

 

광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캐냈던 과거와 달리 현대식 장비가 속속 도입되고 회수기술이 발달한 것도 폐광의 경제성을 다시 끌어올렸다.

 

30개 폐광 부활 가능성, 해외업체도 눈독

국내 폐광들이 다시 개발될 기미를 보이자 해외업체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전문탐사업체인 OTL은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 광업권을 확보해 시추탐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공기업(광진공)과 동원 등 민간기업들도 가세했다. 올 3월 현재 재개발 작업이 추진 중인 광산은 가곡·금음·금산·GS몰랜드·상동 5개다. 2020년까지 22개 광산(민간 10개, 광진공 12개)이 더 재개발될 예정이다.

 

원자재값 폭등으로 시작된 광산 재개발 러시

광산 재개발 붐이 시작된건 중국·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의 급격한 경제개발로 철·아연·니켈·몰리브덴 등 광물 자원 수요가 크게 늘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몰리브덴 광산인 경북 울진군 평해의 금음광산도 1982년 휴광했다가 24년만인 2006년 생산을 재개했다.

 

아연광산인 경북 봉화의 금호광산 역시 2001년 생산을 중단했지만 현재 생산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국내 최대 금광이었던 충북 음성 무극광산 인근의 서미트제일금광도 휴광 5년 만에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때 연간 35만t의 철광석을 생산했으나 채산성이 떨어져 문을 닫았던 강원 양양군 서면 장승리 양양철광은 재개발 준비가 한창이다.

 

1937년 문을 열었던 국내 최대 철광석 추정 매장량 124만5000t규모의 양양철광은 광물값 하락으로 1995년 폐광 조치됐으나 철광석 값이 다시 치솟자 민간업체인 ㈜금산개발이 강원도로부터 채광승인을 받았다.

 

업체 측은 2007년말부터 채굴작업을 시작해 당분간 매년 1만4000t씩 철광석을 생산하면서 점차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산개발 측은 "최근 원자재 가격 병화 추이가 급변하고 있어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라며 "과거 채굴하다 남은 양호한 철광석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채광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2~3년 뒤에는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5년 폐광됐던 충북 제천시 금성면 몰리브덴 광산도 2004년 광업권을 확보한 ㈜동원이 굴진작업을 거친 뒤 생산에 나설 경우 연간 매출 250억, 영업이익 7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 측은 총 매장량 820만t 가운데 574만t은 채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매년 15t씩 38년 간 채굴할 예정이다.

 

또 일제 강점기부터 몰리브덴 광산으로 유명했던 경북 울진군 후포면 금음광산도 작년 8월부터 대한광업진흥공사와 광산전문개발업체인 KMC㈜가 50%씩 투자해 채굴작업을 재개했다. 지경부와 광진공은 과거에 운영했던 1884개의 금속광산 가운데 최근 매장량 등을 분석해 50개 광산을 재개발 대상으로 선정했다.


폐광 재개발은 국내에서 부존자원을 확보하고 앞으로 해외에서 자원을 직접 개발하는 것에 대비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기존의 광산 외에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부존자원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앞으로 북한의 자원개발에 대비해 국내의 인력을 양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업체 규모 작아 초기자본 투입 문제

그러나 대기업이 참여하는 비금속과는 달리 금속 광산을 개발하는 업체는 영세한 편이어서 초기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다행이 최근에는 자원산업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가세하고 있으나 경험과 인력이 부족의 한계를 갖고 있다. 광산을 개발하던 일제강점기 등과 달리 요즘에는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 상승도 재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국내 자원개발을 위한 관련 부서의 예산을 늘리고 광진공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광진공 관계자는 "폐광 재개발은 국내의 부존자원을 확보하고 해외 자원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는 의미가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공해방지 시설을 갱내에 설치하거나 지자체가 폐광 재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화석 연료의 검은 그림자 '광해'

2007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금속광 52개, 비금속광 669개를 포함한 721개의 일반광과 9개의 석탄광이 가행중이다. 또한 폐금속광산 936개, 폐탄광 340개로서 총 2006개의 광산이 분포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대부분의 휴광 또는 폐광된 광산들은 폐광 이후 적절한 환경복원 시설없이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특히 폐금속광산에서는 광산활동으로 인한 광산폐기물이 주변에 방치돼 있어 집중강우나 강풍시 하류로 이동 또는 분산되어 농경지나 수계의 환경오염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토양이나 하천수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이를 섭취한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광해는 이들 광산개발과정에서 지반침하, 오염수 유출, 폐석 및 광미발생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화석연료와 함께 생산된 찌꺼기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은 2008년 전국 휴폐광산중 농산물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된 7곳 등 총 30곳을 선별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선 A광산은 인체 우려기준과 비교할 때 Cd(카드뮴, 우려기준 1.5㎎/㎏) 16.5배, Cu(구리, 우려기준 50㎎/㎏) 3.2배, As(비소, 우려기준 6㎎/㎏) 40배, Pb(납, 우려기준 100㎎/㎏) 4.85배, Zn(아연, 우려기준 300㎎/㎏) 6.9배에 달하는 중금속 오염수치가 검출됐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폐광산 주변 토양이 갱내수와 광물 찌꺼기로 인해 썩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들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로 흘러들어 인체에 축적되면 위장장애, 빈혈, 구토, 신경장애, 피부발진 등 각종 질병 유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원자재가격이 올라가면서 재개발에 들어갔던 광산들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자 체산성, 경제성을 이유로 다시 방치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광산 내부에 갱내수가 고이고 있다. 

 

광해공 관계자는 "갱내수가 방치될 경우 물이 솟구칠지도 모른다"며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갱내수가 아무런 정화시설도 걸치지 않은 채 인근 하천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폐광 평균 가뭄때 갱내수가 하루평균 2만여t이지만 장마때는 최고 6만t이 흘러내려간다. 이 때문에 폐광주면 하천들이 폐갱내수 중독으로 빨갛게 착색된 지 오래다"라고 밝혔다.

 

광해관리공단은 이런 문제를 보안하기 위해 내년부터 추가로 43억여원을 들여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광해방지사업의 현주소 - 2011년까지 2000억원 투입

전국 각지의 폐광산의 오염이 심각한 이유는 광산 개발이 활발했던 70~80년대 정부가 오염방지작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개발에만 열중했을뿐 환경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폐광산이 늘었지만 오염방지는 여전히 뒷전이었다.

 

반면 일본은 1968년 석탄광해사업단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97년 석탄광의 광해방지활동을 총괄하는 광해본부를 발족했다. 발빠른 광해사업 추진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데다 광해방지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30여년 뒤인 90년대 들어 광해사업에 나섰지만 환경부와 농림부등이 각기 다른 사업을 펼친데다 예산,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에 이관해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2006년 5월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식경제부 산하 광해관리공단이 출범해 종합적인 광해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광해공 2008년 예산이 720억원으로 전년도 이월액까지 합치면 954억원에 달한다. 194개 광산에서 폐석유실방지, 지반침하방지, 수질개선, 오염토양복원, 사후관리 등의 광해방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2011년까지 2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광해공 관계자는 "폐광산은 최소 수십년에서 수백년동안 오염이 지속된다"며 "국내 광해방지사업은 이제 걸음마 수준으로 자연의 본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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