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ㆍ자원화가 유일한 해답 / 부처간 협력이 성패 좌우

 

국내에서 하루동안 발생하는 축산분뇨는 13만1300톤. 1130여만 마리의 가축이 하루 쏟아내는 양이다. 이 가운데 돼지분뇨가 8만600여톤으로 가장 많고 한우분뇨 2만9400여톤, 젖소분뇨 2만1000여톤 순이다. 연간 배출량은 약 479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매일 발생하는 축산분뇨의 약 80%(10만여톤)는 퇴비나 액비, 정화시설을 통해 자체 처리되고 있다. 나머지 6.8%(9000여톤)와 5.8%는 지역단위 공동처리시설이나 공공시설이 떠안고 있다. 바다로 그대로 버려지는 비율도 5.4%(7100여톤)에 달한다.

 

처리 방법별로는 한우분뇨는 주로 퇴비로 활용되고, 젖소의 배설물은 퇴ㆍ액비로 쓰이고 있다. 돼지분뇨의 경우 마땅한 처리방법이 없어 96%가 해양에 투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분뇨처리는 축산업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민원으로 사육장소는 점점 비좁아지고 있고 오는 2012년부터 런던협약이 발효되면 해양투기마저 전면 금지된다. 앞으로는 전량을 육상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육상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퇴ㆍ액비나 정화처리를 거친 분뇨까지 경우에 따라 토양 및 수질오염, 악취를 발생시켜 님비(Nimby)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똥 때문에 짐승을 기를 수 없다"는 업계의 하소연은 더 이상 빈말이 아니다.


유일한 대안 '축산분뇨 에너지자원화'

이같은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고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축산분뇨 에너지자원화'다. 처치 곤란한 분뇨를 농작물의 비료로 쓰거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에너지자원화는 크게 퇴액비자원화와 바이오에너지자원화로 나뉜다. 이중 퇴액비자원화는 분뇨를 발효시키거나 직접 경작지에 살포해 작물의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악취 등 2차 오염을 유발해 기피되는 추세다.

 

반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에너지화는 분뇨를 발효(혐기)시켜 생산된 가스로 발전기를 돌리거나(바이오가스화), 분뇨를 말려 이를 연료로 태우는(건조소각자원화) 방법으로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바이오에너지화는 분뇨처리와 동시에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일부 낙농국가에선 농가 수익사업으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일바이오가스 업계에 따르면 1995년 270여개에 불과했던 독일내 바이오가스플랜트 갯수는 지난해 현재 3700여개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또 누적발전량은 1997년 100MW 미만에서 2007년 1300MW로 급증했다.

 

현재 독일내 바이오가스 종사자는 약 6000여명으로, 매년 6억5000만유로의 매출을 올리면서 연간 28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영식 한국바이오매스 대표는 "독일 정부가 바이오가스로 생산된 전력을 경제성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면서 일반 농가에서도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00년 이후는 퇴액비화 시설보다 바이오가스 시설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가스 '인기' 국내 보급은 '실패'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축산분뇨에 대한 해법을 골몰하고 있던 국내에서도 일찍이 관심을 모았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설치된 플랜트는 충청남도 축산기술연구소에 설치된 1일 10톤 규모의 시범 설비를 비롯 모두 15개소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가운데 5곳이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이며, 아예 시설을 폐쇄한 곳도 3곳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플랜트에서 생산된 전력을 계통에 물려 판매하는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바이오가스 사업이 유독 한국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국내 보급사업의 실패 원인을 수입시설과 국내 돈분 성상의 부적합성과 운전노하우 부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부재로 꼽고 있다.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온 플랜트들은 해당 국가의 가축분뇨 성상에 맞게 제작된다. 따라서 성상이 다르면 제대로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축에 항생제를 다량 사용하고 음식물 폐기물에 염기가 많은 국내 분뇨 특성상, 유럽 등에서 제작된 플랜트가 정상 작동할리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기술이 없는 임시직 관리자가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발효를 위한 기본조건도 만들지  못하고 있고 가축분뇨를 자원화 대상이 아닌 폐기처리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도 보급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천안시에서 20톤규모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는 유니슨의 김두훈 사장은 "중국은 2020년까지 4700여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건설한다는 계획 아래 정부가 기준과 사양을 만들고 전문인력까지 양성하고 있다"며 "우리도 바이오가스에 적용되는 발전차액을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해답 없어

축산분뇨 에너지자원화는 유기성폐기물을 자원화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한편 정화처리에 따르는 비용과 악취발생을 저감하는 등 장점이 매우 많다. 또 여기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나 퇴비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면 고유가 시대에 귀중한 재생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분명한 해법을 앞에 두고 관계부처는 서로 남탓만 하고 있다. 당장 축산업 소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10여년째 퇴액비자원화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이 조차 단순 퇴비화에 집중돼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질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공공처리장의 정화처리나 규제강화에만 신경쓰다보니 오염원을 단순 이동시키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지식경제부는 처리비도 회수되지 않는 수준의 낮은 발전차액을 보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부처마다 축산분뇨를 바라보는 문제의식도 다르고 해법도 달라 매년 막대한 예산만 효과없이 낭비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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