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정부안으로 임시국회 통과 추진 / 천문학적 공급예산 국민몫으로 전가

정부가 에너지사용자인 국민의 사전동의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전기요금에 공급의무자(발전사업자)의 설치비용을 떠 넘기는 형태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RPS는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시켜 온 발전차액지원제(FIT)와 판이하게 다른 시장 메커니즘을 유발, 자칫 내수 산업기반 붕괴와 이로 인한 정책불신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전기사업자 등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와 그 적용기준 등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키 위해 현재 상임위와 세부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지경부는 상임위 심의가 끝나는 대로 이 개정안을 임시국회에 상정, 늦어도 올 상반기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올 하반기부터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한꺼번에 고시 절차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12년부터는 FIT가 전면 중단되고 RPS체제가 도입된다.

 

정창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발전사와 전력거래소, 법률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이 관련 내용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늦어도 6월까지는 국회 통과를 기대한다"면서 "하반기에 초안이 나오면 공청회 등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 활시위 당긴 정부 '강행' 시사=지경부는 상임위로 올린 정부안 설명을 통해 "전기사업자 등 에너지 공급사업자는 일정량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밖에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제도도입 첫 해인 2012년 공급사업자에게 의무량 3%를 부과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그 비율을 1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2년 도입된 기존 FIT는 RPS도입과 동시에 중단하되, 2011년까지 완공된 시설에 대해선 일정기간 지원을 지속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기존 신재생에너지원은 발전원별로 별도의 차액지원 한도가 이미 설정돼 있어, 이 한도(Cap)가 소진되는 시점이 사실상 FIT제도의 종식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차액 한도가 190MW가량 남아 있는 태양광의 경우 올해안이라도 허용량이 소진되면 신규발전소 건설은 불가능해진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발전사업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내용도 개정안의 핵심 골자로 포함돼 있다. 정부는 공급의무자가 얼마나 할당량을 채웠느냐를 판단해 목표량 미달사업자는 부족분만큼 공급인증서를 구매하고, 초과 달성자는 시장에 인증서를 내다 팔수 있도록 거래규정을 수립했다.

 

또 의무공급량을 채우지 못한 공급의무자에게 인증서 평균 거래가격의 130%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삽입, RPS 제도의 강제성을 높였다. 

 

◆ 2020년까지 48조원 소요 = 2007년말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1.03%에 불과하다. 2002년부터 지난해말까지 1015개 발전소에 보전된  차액금은 1777억원이며, 올해는 2400억원 가량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2012년 RPS가 도입돼 3% 의무공급량이 할당된다고 가정할 경우, 공급의무자들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설비 구입에 투입해야 할 비용은 2012년에 10조3000억원, 2020년까지는 48조3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이 비용은 그대로 전기요금에 전가돼 결과적으로 국민이 공급의무자를 대신해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 추정자료에 따르면 RPS 도입에 따른 전년대비 전기요금 인상률은 2012년 1.12%, 2013년 1.38%, 2014년 1.64%, 2015년 2.16%, 2018년 3.78%, 2020년 4.77% 등이다.

 

때문에 정부의 이번 RPS법안은 입법 추진 이전에 궁극적으로 부담의무를 지게 될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추진됐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부담하는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단시간내에 대량 공급을 목표로 하는 RPS제도가 발전차액지원제가 구축해 온 기술중심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급의무자는 가격이 저렴한 설비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저가 부실경쟁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상임위 측은 정부안 검토보고서에서 "RPS는 경제성이 높은 분야부터 투자를 선호하게 되지만 발전차액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골고루 발전하는 형상을 보이게 된다"며 "현행 발전차액지원제를 계속 유지할지, RPS로 전환할지, 또는 병행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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