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2007년 발간한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0.74도가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짧은 시간에도 우리 주변의 온도는 0.74도 쯤이야 하고 변한다.

 

아마도 0.74도의 몇 배가 변해야만 더워졌다거나 추워졌다고 느낄 것이다. 보통 하루의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를 일교차라고 하는데 일교차는 요즘과 같은 봄에는 10도 이상 된다. 0.74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2~3도의 변화에 전문가들은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가?


우선 0.74도라는 값은 지구 표면의 평균기온 변화량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의 온도 변화도 포함하고 있고, 적도와 극의 변화도 포함한다.

 

지난 100년간 육지의 기온은 0.9도 정도 상승했으며, 바다의 기온은 0.6도 가량 상승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온도가 하강한 곳도 있고, 시베리아에서는 평균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세기에 기온이 1.5도 상승하였고, 북한은 1.9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대체로 고위도 육지의 온도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즉 평균적으로는 0.74도의 상승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3~4도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계절에 따라서도 기온 상승의 크기는 달라진다. 많은 지역에서 기온은 여름보다 겨울에 크게 상승한다. 북극의 해빙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의 차칼타야 빙하는 1940년부터 2005년 사이에 면적이 95%가 줄었다는 기록도 있다.


아주 작은 0.74도의 온난화가 일어나는 동안, 지구 각지에서는 자연재해가 대형화하고 빈발하는 추세이다.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이상기후(또는 극한현상)는 상대적이다.

 

하루에 비가 80 mm가 온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큰 재해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사막에서 하루에 80 mm가 온다면 돌발홍수가 발생할 것이다. 서울의 30도는 뉴스가 되지 않지만, 알래스카의 30도는 뉴스거리가 된다.

 

이러한 극한현상의 발생빈도는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경제 또는 자연생태계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이다. 적응하는 사회는 살아남지만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것이다.


2003년 유럽에서 3만5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1만5000명이 사망했다.

 

필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003년 8월에 파리에서 하룻밤을 보낸 경험이 있는데 바로 이 경험이 프랑스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리의 시민들이 경험한 적이 없는 폭염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파리의 최고기온은 수 주 동안 40도 이상을 기록했다. 문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와 같은 냉방용품이 가정이나 식당, 심지어는 대부분의 호텔에도 구비되지 못했고,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필자가 선택한 호텔도 냉방시설이 없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서유럽의 여름 기후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이다. 그러므로 지속된 폭염에 생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노약자들의 사망이 급증한 것이다.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온난화와 관련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파인비틀(pine beetle)과 수자원이다.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삼림업은 연간 70억달러 규모이다.

 

그러나 1991년 이후 온난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파인비틀의 개체수가 급증해 수많은 나무들이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캐나다는 파인비틀에 영향을 받은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어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적응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어린 나무가 쓸모있는 목재로 자라기 위해서 60년이 걸린다. 또 다른 문제인 수자원은 온난한 겨울로 캐나다 로키산맥의 적설량이 매년 줄고 있고, 눈이 녹는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여름철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바닷물의 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의 세기가 강해질 수 있음을 입증했고,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제방과 같은 방재시설의 취약성으로 피해는 140조원 이상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가 상륙하면서 강릉에서 하루에 870.5 mm 라는 막대한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6조원(GNP의 약 0.9%)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 기온과 바닷물이 온난해지면 태풍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태풍의 세기가 강력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예로 든 것은 지구평균기온이 0.74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한 몇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피해와 이를 줄이기 위한 적응노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자 한다.


IPCC 보고서에서는 21세기 말까지 지구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4도 이상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2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0년간 온도 상승보다 적어도 3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온난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와 생태계에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2도 상승한다면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고 하며, 4도 이상 상승한다면 50% 이상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생물종의 멸종은 환경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식량의 문제이며, 생존의 문제이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에 의하면 IPCC의 온실가스 최다배출 시나리오보다 최근의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구평균기온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심각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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