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마다 100W급 박막전지 '뚝딱' … 알티솔라, 세계 1위 박막 태양광기업 '드라이브'

 

'스르륵~ 슈웅~, 찌이잉~.' 

산업용 로봇이 날랜 동작으로 투명 유리판을 들어올렸다. 이 로봇은 박막 태양전지 기판으로 사용되는 가로 1.1m, 세로 1.4m 크기의 투명전도막유리(TCO Glass)를 PECVD(Plasma-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tion)장비에 투입 중이다. 

곧이어 다른쪽 퇴출구에선 공정이 완료된 박막 태양전지가 로봇의 '빨판손'에 붙잡혀 PECVD장비에서 꺼내졌다. 열기가 식지 않아서인지 유리판 앞뒤가 이글거렸다. PECVD장비는 유리에 광(光) 흡수층을 증착, 전지가 빛을 받으면 전류가 발생되도록 만드는 핵심설비이다.

유리판을 집어 삼킨 PECVD장비를 따라 또 다른 클린룸(Clean room)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당 길이가 50m나 되는 PECVD장비가 '쏴~'하는 기계음을 내며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위압감을 느낀 기자의 손으로 땀이 배어 나왔다.

"모두 16개의 쳄버(Chamber, 분리된 칸막이 방)를 지나게 되는데, 네번째 방부터 모노실란(SiH4) 가스 등이 흐르면서 반도체 막이 형성됩니다. 각 쳄버는 플라즈마 가스처리를 위해 진공상태가 유지됩니다. 180초마다 2장의 박막전지가 이 곳을 통과합니다."

지난 21일 전북 완주군 알티솔라(주)(대표이사 김덕영, www.altisolar.co.kr) 박막 태양전지 생산공장내 아몰포스실리콘(a-Si) 증착 공정룸. 박막 생산공정 가운데 가장 핵심공정에 해당하는 이곳은 평범한 유리가 한 장의 대면적 태양전지로 다시 태어나는 장소다.

알티솔라는 올 초 일본 알박(ULVAC)사로부터 연산 25MW 규모의 생산설비를 공급받아 시험생산을 벌인 뒤 지난달 23일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연내 25MW 설비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며, 내년까지 100MW 장비셋팅이 완료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5위권 안에 드는 대형 박막 태양전지 공장이 들어서는 셈이다.

김경도 공장운영본부장(부사장)은 "결정질 태양전지는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고 수급사정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심하지만, 박막 전지는 결정질 전지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원재료로 모든 공정을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정질 태양전지의 대항마로 등장한 박막형 태양전지가 국내시장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알티솔라는 지난해 6월 전북 과학산업단지 2만3500평에 공장을 착공, 같은해 12월 건물 준공을 끝내고 한국철강에 이어 국내서 두번째로 박막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본지가 둘러본 알티솔라 생산공장은 반도체나 LCD생산공장과 공정이나 외형이 흡사했다. 모든 공정이 24시간 전자동으로 운용되고, 미세먼지가 제품에 끼치는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클린룸이 관리됐다.

작업장 내부에 출입하려면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과 장화로 온 몸을 무장하고 에어샤워룸에서 한 차례 바람 세례를 받아야 한다. 주요공정인 셀 공정은 1평방피트(약 23리터)안에 0.5마이크론(1000분의 1mm) 이상의 미세먼지가 1만개 이하가 되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막전지 생산공정은 크게 셀공정과 모듈공정으로 나뉜다.

우선 셀공정은 기판이 되는 강화유리를 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 ▶다이아몬도 휠을 이용한 모서리 연마 ▶순수를 이용한 표면 세정 ▶공정관리를 위한 레이저 ID 마킹 ▶레이저를 이용한 TCO막 스크라이빙(scribing. 잘라주는 작업) ▶저항 측정을 통한 절연검사 ▶이물질 제거 순으로 앞공정이 완료된다.

결정질 태양전지는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을 기르고, 이를 얇게 썬 웨이퍼에 전극을 입히는 방식으로 가공되는 반면 박막전지는 유리 자체가 기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전 공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준비작업이 끝난 유리는 수직 PECVD장비로 투입돼 최초로 박막전지의 기능을 부여받는다. TCO막 위에 a-Si막(p, i, and n layer)을 연속적으로 증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빨리 막을 성장시키기보다 시간을 두면서 (막을) 길러야 결함이 최소화 된다"는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16개의 쳄버를 통과해 광흡수층이 만들어진 전지는 다시 레이저 스크라이빙 작업을 거쳐 각 셀간 직렬연결이 완료된다. 이후 ▶배면전극 제작을 위한 전도성 막 연속 증착 ▶전도성 막 레이저 스크라이빙 및 배면전극 직렬 연결 ▶기판외곽 레이저 스크라이빙 순으로 사실상의 셀공정이 마무리된다.

이어지는 모듈공정은 결정질 전지와 유사한 공정을 거친다. 주요공정은 알루미나 분사 후 에칭 및 세정 ▶셀과 셀 사이 쇼트(Short) 구간 복구 ▶메탈 전극 상단 초음파 납땜(Soldering) 및 전체 구간 리본 부착 ▶셀 전기적 특성 1차 검사 ▶에바 백 시트 압착(라미네이팅) ▶결정 고착화를 위한 고온 건조 ▶정션박스 부착 ▶프레임 장착 및 성능 테스트 순이다.

이렇게 모든 공정이 끝나기까지는 7~8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25MW 설비기준 1분 30초마다 한 장의 100W급 박막 태양전지가 완성된다. 폴리실리콘 생산부터 잉곳가공, 셀가공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김 본부장은 "박막전지는 반도체ㆍLCD 기술을 기반으로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매우 익숙한 시스템"이라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부자재를 국산화할 경우 20~30%의 원가절감이 가능해 향후 추가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내 1등 박막 태양전지 기업으로 거듭날 것" 

발전량 높고 응용성 강한 박막전지 경쟁력 충분

 

"더 이상 태양광 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닙니다." 국내 최대 박막전지 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도 공장운영본부장은 무한경쟁체제로 진입한 태양광 시장을 역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제로섬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태양광 기업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영광을 독차지하게 된다"고 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박막전지 시장은 2013년까지 연평균 47%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위기로 태양광 시장의 투자와 수요가 급감하면서 박막시장 역시 크게 위축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박막전지의 '가격매리트'가 낮아진 것도 박막시장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박막전지에 대한 그의 신념과 확신은 분명해 보였다. 김 본부장은 "알티솔라 제품을 포함한 a-Si 박막전지는 고온과 그늘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발전효율을 내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며 "박막전지는 싸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극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박막전지의 광전환 효율(7~14%)이 결정질(12~18%) 대비 낮은 것은 사실이나 수익을 결정짓는 실제 발전량에선 오히려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전환효율로 따져 결정질 태양전지가 발전량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똑같은 1MW 규모로 두가지 발전소를 지어보면 박막발전소가 결정질보다 10~15%이상 전력생산량이 많다"면서 "이는 a-Si 박막이 고온에서도 제 성능이 나오고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도 잘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응용성이 뛰어난 박막전지의 특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건물외벽이나 창호, 지붕 등 다양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고, 7% 수준인 전환효율도 향후 연구개발을 통해 충분히 고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유리 등 주요구성품을 국산화해 단가경쟁력을 높이면 시장에서 비교우위 제품으로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박막에 대한 국제표준을 우리가 이끌고, 발전수익이나 단가 측면에서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태양전지를 공급하는 게 알티솔라의 궁극적 목표"라면서 "3년내 세계 박막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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