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 35개국은 1990년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과 2012년 사이에 평균 5.2% 감축해야 하며, 감축하지 않을 경우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철강 기업 등 공해 유발 기업들은 할당량을 초과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

 

이같은 배출권 거래 제도가 시행되면서 EU 최대의 산업 국가인 독일의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는 기업들에게 추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일부 기업은 이를 통해 뜻 밖의 이익을 챙기는 등 기업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독일 최대의 전력 기업 RWE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전력 요금 인상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증가했다.

전력회사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후한 설비를 교체하고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전력 요금 인상을 요구했으며 독일 정부는 이들의 집요한 로비에 굴복해 요금 인상을 허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력회사에서 전력 소비자로 이전한 셈이 됐다.

 

또한 전력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 제도 시행 초기에 충분한 양의 배출권을 받아 추가로 배출권을 구입할 필요도 없게 됐다. 이에 따라 ‘EU 배출권 거래시장(ETS)’의 거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시장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력업체와는 달리 철강업체 등 에너지 사용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유럽 최대의 철강 업체인 독일의 티센크룹은 배출권 거래 시행 이후 배출권 구입 부담과 아울러 전력 요금 상승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한 티센크룹은 온실 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한국 등의 철강업체와 더욱 어려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티센크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독일의 전력 요금은 최고 60%까지 상승했으며 이는 지배적인 몇몇 전력기업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티센크룹은 철강업체의 특성상 설비 교체등으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티센크룹은 배출권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추가로 배출권을 허용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티센크룹은 한국의 화학기업에 아산화질소(nitrous oxide)의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가스 유발 효과가 훨씬 크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 이후 기업의 경영 전략에 온실가스 발생량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배출권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RWE는 노후한 발전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며칠 후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자 다시 공장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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