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환경 훼손 보도에 이미지 실추
공익 기여로 주민 수용성 높여야

경북 일원에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최근 가족들과 저녁뉴스를 보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태양광발전소가 '산림파괴 주범'으로 몰려 그대로 방송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K씨는 "(지인의 발전소는)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부지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나무가 잘려 나가고 맨땅이 드러난 장면만 방송이 나갔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아빠가 저런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국산 풍력발전기 실증단지를 세우기 위해 얼마전 예정부지를 확정한 S사는 착공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는 일부 주민과 지역 환경단체의 항의시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예정부지 인근에 "환경파괴 풍력발전소 건설 반대!" "맘대로 허가 낸 시장 물러나라" 등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관할 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해당 주민들은 조만간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S사 현장 책임자는 "주민설명회 때도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주변지역 주민까지 동원돼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저주파 때문에 젖소가 유산하면 책임질거냐'는 항의를 받으면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태양광ㆍ풍력 등 무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되레 자연을 훼손하고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반환경 에너지원'으로 묘사되면서 가뜩이나 주민수용성 문제로 고심해 온 발전사업자들의 시름과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물론 일부 무분별한 발전사업이 녹지를 점유하고 풍력발전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산림이 우거진 능선을 타고 건립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발전사업이 환경을 훼손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공익차원에서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업계의 우려다.

24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 태양광ㆍ풍력 발전사업자들은 잇따라 보도된 '신재생 환경파괴 논란' 관련 보도로 발전소 부지확보에 부쩍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발전사업 신청이 몰리는 일부 지자체는 지역민원을 우려해 인ㆍ허가 심의를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전남도에서 수십kW급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는 한 사업자는 "방송이 나간 후로 살갑던 동네 주민들과 담당 공무원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환경에도 좋고 모두에게 유익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무슨 죄를 짓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한 지상파 방송은 시청률이 몰리는 자사 저녁뉴스를 통해 "일부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과정에 되레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집중 보도했고, 같은달 또 다른 방송사 역시 "풍력발전을 하겠다면서 자연환경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곳이 있다"며 환경단체를 동원한 고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이들 방송이 나간 후 네티즌들은 "친환경? 친환경 두번만 외치다간... 나라가 황무지 되겠네.(아이디 beautybaby)", "교토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국으로의 대비인가, 녹색성장의 구호 아래 정부의 눈먼 돈을 노리는 그들만의 돈잔치인가!(아이디 wlswoals)" 등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 협약에 대비해 배출권까지 확보하는 신재생에너지가 보도 이후 일순간에 환경파괴 주범으로 몰려 비난의 대상이 된 셈이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인간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인류의 공멸을 가져와야 하는가? 어차피 인간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연의 일부를 개발한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석탄으로 인한 유해가스를 줄여주는지, 그리고 태양광발전을 하면 그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비판과 비난을 해야 한다.(아이디 inipp)"며 일방적 매도를 경계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풍력사업자인 S사 관계자는 "공사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공비가 더 드는 공법을 선택하고 마을회관을 지어주는 등의 복지사업도 벌일 예정인데 이런 것들을 홍보해도 잘 보도되지 않는 것 같다"며 "언론이 사회적 인식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도가 지금보다 신중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인 에너지나눔과평화의 김태호 사무처장은 "태양광의 경우 수목이 우거진 곳은 법적으로 인ㆍ허가가 나지 않고, 풍력의 경우 저주파나 소음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논리가 아니다"라면서 "합리적인 훼손 범위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발전사업자도 충분한 사전 공청회를 통해 주민 이해를 높이고 지역사회에 일정 수익을 환원하거나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며 "법적 인ㆍ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충분한 논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반감을 키우는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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