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박사
한 국가의 경쟁력을 논할 때 해당국가의 산업이 가지는 경쟁력은 빠지지 않는 항목이다.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모두들 대표기업체, 대표산업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경우는 국가의 경제규모나 국제경쟁력이 에너지산업의 규모와 경쟁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기업인 엑손모빌, 2위인 페트로 차이나 모두 에너지 기업이다. 그 외 BP, 로얄더치셸, 토탈 등 유럽 선진국들 역시 굴지의 에너지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 말고 재생에너지 분야로 가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GE와 덴마크의 Vestas, 독일의 Enercon, 스페인의 Gamesa는 세계 1위 픙력기업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일본의 샤프, 파나소닉은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이다. 중국도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이 된 Sun Tech을 필두로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더 큰 나라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에너지자급률이 높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100%에 육박하며, 대부분 50% 이상의 에너지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높은 에너지자급률 덕택에 국제유가가 올라도 손해가 적거나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다. 국가경제가 위기에 흔들리지 않으니 세계 최고수준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들 선진국들의 높은 에너지자급률은 해외자원개발, 에너지절약 강화,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기술 개발 등에 공을 들인 덕택이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노력을 이끌어가는 세계수준의 에너지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저탄소녹색성장 선언에서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 향상, 신재생에너지 확대, 그린산업 육성 등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기업은 세계적으로 보면 자그마한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경쟁력을 논할 단계도 아닌 것이다.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정도가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규모의 기업이며, 석유산업의 경우 세계석유회사 순위에서 100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조만간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자발적 감축목표도 곧 발표하여야 한다. 어떻게 이들 난관을 극복할 것인지는 사실 자명하다. 바로 에너지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이다. 에너지 생산 산업이든 에너지절약기기 제조업이든 우리나라 산업체가 국제적 규모를 갖추고 또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사실 고유가나 기후변화협약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주장하는 녹색성장의 실제적인 목표는 자국기업의 규모증대와 경쟁력 향상을 통한 자국의 이익 극대화이며 이는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부존자원이 절대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에너지 문제의 패러다임이 지정학(地政學)적인 정치외교 이슈에서 기술개발과 기술경쟁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때가 바로 절호의 기회이다. 국내부존자원이 없다고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 고부가가치의 에너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야 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서 실천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