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태양광協 비공개 연석회의 전말]
극적 타협안 '물거품' … '철회-불가' 입장차만 재확인

극적 타협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부-태양광 업계간 연석회의가 무위로 돌아갔다. 정부는 '연간 한계용량 설정'을 골자로 하는 4ㆍ29 고시를 번복할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고, 업계는 고시철회를 제외한 건의안 제출요구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보급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극단적인 책임공방과 법정소송으로 치닫거나 녹색성장을 천명한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그 향배가 결정되게 됐다.

지식경제부는 10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태양광산업협회, 신재생에너지협회, 태양광발전 업협동조합 등 4개 관련 협ㆍ단체와 지경부, 에너지관리공단 등 정부 측이 참석한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었다.

전시(戰時) 지하벙커로 활용되는 청사 지하1층 전시종합상황실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3시간 가량 지연된 오후 5시 10분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양측은 '고시철회', '철회불가'라는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서로 등을 보이며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진홍 지경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은 모두 발언에서 "보고를 들어 많이 알고 있다. 오늘은 주로 업계 생각이 어떤지, (요구에 대한)사유는 무엇인지 많이 듣도록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저희들 입장도 전하고, 풀어나갈 것은 풀자"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제의했다.

본지는 이번 회의에서 극적 타협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고 회의 직전까지 세 차례나 장소가 변경된 이날 회의를 추적, 현장취재를 시도했으나 "기자가 있으면 다들 어려워 말을 못한다"며 퇴실을 요구하는 지경부 측 요구를 수용해 진 정책관의 일성 이후 현장에서 물러났다.

주요 협ㆍ단체 대표들에 따르면 이날 지경부는 예측과 달리 "예산과 관련된 것은 들어줄 수 없다"며 고시 존속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정부는 언제쯤 내년도 발전차액 기준가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조차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고시철회 방침을 굳힌 뒤 이날 '좋은소식'을 전하기 위해 연석회의를 마련했다'거나, '11일 정부가 업계 요구를 수용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란 등의 미확인 풍문이 파다하게 유포됐다.

이 때문에 각 협ㆍ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회장단들의 휴대전화는 회의결과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로 불통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많이 듣고 추가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자"던 진 국장은 회의 초반에 50여분간 업계의 주장을 경청한 이후 "용량은 못 늘린다. 고시 철폐도 예산 때문에 어렵다. 고시 얘기 빼고 각론(적용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案)을 주면 검토하겠다"며 준비된 정부 입장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애초 계획을 번복할 수도 있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업계의 바람이 급전직하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업계 대표들은 크게 상심하거나 실망감을 감추지 못해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협회 대표는 연석회의 종료 직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그냥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그냥 나왔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지킨 이들에게 돌아온 지경부의 답변은 "고시철회는 힘들다"는 반복된 대답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고위 관계자가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덧붙였을 때는 "어떻게 보급을 책임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냐"면서 업계의 원성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측은 2시간 넘게 '철회'와 '불가'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주로 업계의 요구를 경청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렇다할 수용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 협회는 "정부 의도에 우리가 말린 것 같다"고 회의 결과를 자책하기도 했고, 또 다른 협회는 "대화 테이블에 고위 당국자를 불러낸 것 자체가 성과"라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4개 협ㆍ단체는 고시철회는 불가하니 건의안을 내달라는 정부 측 제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연간 한계용량 폐지, 내년도 기준가 조속한 고시, 선착순 및 3개월내 준공 폐지 등이 담긴 탄원서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

A단체 대표는 "당장의 예산부족을 이유로 미래 비전에 대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정부의 '소탐대실' 정책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업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정책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관련 정보공개 청구 등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B협회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오히려 단호하게 나오는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결국 이 문제의 키(Key)는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본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용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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