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출범한 지 40년이 지났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경제개발 정책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출범한 공기업들은 개발이 한창이던 당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주춧돌이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공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고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지만 공기업만은 꿋꿋했다. 공기업은 구조조정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철밥통' '신이 내린 직장'과 같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에는 지방 공기업을 제외하고도 300여개에 26만여명이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3월 현재 2311만명으로 취업자 18명당 1명이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인 셈이다.

70~80년대 대표적인 공기업이던 석탄공사에서 얼마 전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모럴해저드'다. 석공 노사는 편법으로 임금을 올려 보건관리비 명목으로 지난해 12억7000만원, 올해 2월 말까지 1억9000만원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근거 없이 정년퇴직자와 산재 사망자에게 1인당 평균 8600만원의 공로금을 줬고, 앞으로 5년간 모두 435억원을 더 줄 계획이었다.

노조위원장의 형이 19년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국광산노조연맹 소유 건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고도 정부에 이전비를 축소하는 등 허위 보고했다. 노조위원장의 동생은 석공과 밀약입찰을 했다가 적발됐다.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카드할인 이른바 '카드캉'을 해 회식비와 경조사비로 썼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자본금 4500억원을 출자한 석공은 20년째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이미 15년 전 자본금을 완전히 다 잠식당하고 1조 3000억원의 부채를 가진 공기업이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석공 노사의 한심한 야합이다. 노사의 집단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난 한 광업계 종사자는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석탄공사'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소신 있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낙하산 인사거나 전문성,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석공의 '모럴해저드'를 석공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감사원과 지식경제부는 관리감독 소홀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차제에 공기업 민영화나 통폐합, 기능조정, 인력감축을 통한 효율성 증대 등 이미 발표한 선진화 방안을 차질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인건비 인상이나 부당한 노사협약을 내버려뒀을 경우 해당 공기업뿐 아니라 감독관청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은 물론 경영진 해임 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국민의 신뢰받는 사회적 기업,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을 위한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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