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주 미국 방문과 맞춰 지식경제부와 미국 에너지부는 에너지 분야에서 큰 틀의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과 스티븐 추 에너지부장관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포함 한ㆍ미 에너지 분야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양국 에너지 당국이 협력하기로 한 분야는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그리드와 함께 탄소 저장 및 포집(CCS) 기술, 원자력,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열 분야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래 인류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방향을 양국이 상호 협력하고 모색해 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얼마 전 결성된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회장 구자균 LS산전 사장)는 미국의 IBM과 구글, GE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그리드 와이즈 얼라이언스와 제 1차 한ㆍ미 스마트 그리드 투자포럼을 열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국은 당국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의 수요 공급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이 수시로 변함으로써 소비자가 싼 전기요금이 적용될 때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기요금이 대체로 비슷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남이 전기를 안 쓸때 사용하면 값이 싸져 새로운 수요를 창출. 가격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저장이 불가능한 전기 이용도를 훨씬 높일수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하면 한국은 전체 발전량의 약 10%를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발전 연료인 석탄이나 석유 사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감축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제주도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지정하고 각종 시범사업을 전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 실증단지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전력 계통망이 보다 간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 자금 등으로 2012년까지 255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우리는 양국 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나서 에너지 분야에서 이같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단위당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에너지 자주개발률이 겨우 5%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에너지 기술 개발밖에 없다.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뒷받침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상호 협력은 불가피하다.

차제에 우리는 정부가 원자력 분야에서도 미국과 협력방안을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 대책없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날로 쌓이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한 접근이 시급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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