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정부가 향후 5년간 약24조5000억원을 투입할 17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녹색금융을 선정한 이후 녹색금융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얼마 전 녹색금융협의회가 결성되고 각 금융 기관이 앞다퉈 녹색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녹색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고 이를 담당하는 녹색금융의 발전은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현상은 일단 크게 환영할 일이다.
녹색금융의 목적은 재생에너지 같은 녹색산업을 키우는 일, 저탄소 공정과 같은 기존 산업의 녹색화를 돕는 일, 그리고  환경의 훼손을 방지하는 일 등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통상 이런 목적의 투자는 자금 회수 기간이 길고 투자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녹색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 녹색금융인증제도, 녹색금융투자업 육성, 녹색금융 인력양성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녹색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녹색투자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HSBC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200억달러를 필두로 미국 1120억달러, 한국 310억달러, EU 230억달달러, 일본 120억달러 등 많은 나라에서 막대한 녹색투자를 계획하고 이를 통한 경제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주요 투자 대상을 보면, 미국의 경우 에너지 효율 향상에 32%, 재생에너지 29%, 전력 계통(grid) 11%, 물 처리 14%, 철도 9%, 저탄소 5% 등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녹색투자를 통하여 녹색산업이 성장하고 성장의 과실이 다시 녹색금융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저탄소 녹색사회가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녹색사회란 우리 후손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에 대한 이용권을 해치지 않도록 사회, 경제 그리고 환경의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꾸려가는 사회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이런 개념에서 녹색사회는 단순히 녹색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녹색산업을 포함한 경제 영역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녹색금융은 투자 대상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가 여부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하는 한편 투자나 여신 등 통상의 금융 행위를 함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최고의 원칙으로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금융업 자체의 녹색화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녹색금융의 외피라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금융행위는 녹색금융의 내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녹색금융은 바로 내면과 외피가 서로 모순되지 않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업의 그린화'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온실가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거나 투자 대상 기업에게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사안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세계 3500개 기업에 온실가스 경영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참여하는 475개 금융기관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친환경 단체에 대한 기부를 함으로써 자신의 환경파괴 행위를 덮으려는 것을  기업의 ‘그린 워시(green wash)'라고 한다.  밖으로는 녹색금융을 표방하면서 속으로는 수익률만 높으면 아무 데나 투자하고 보는 금융업의 ’그린 워시‘가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진정한 녹색금융의 발전을 통하여 경제성장도 이루고 우리 사회 전체를 녹색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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