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ㆍ노동계, '에너지산업 선진화 정책' 토론회서 주장

 

진보정당과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에너지산업 분야 선진화방안은 사실상 민영화 추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기, 가스와 같은 에너지 산업 민영화는 요금인상만을 불러온다는 것.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창립 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함께 정부의 '에너지산업선진화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현호 대구대 교수와 김인재 인하대 교수, 임성진 전주대 교수가 발제자로, 박노균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황재도 공공노조가스공사 지부장,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가 토론자로 나서 각각 전력과 가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선진화 정책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안 교수는 이날 “전력산업구조개편의 핵심은 발전분할과 도매시장의 개방”이라며 “서울대공학연구소가 2008년까지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분할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이어 도매전력시장의 개방으로 “발전 6사와 민자발전사의 영업이익률이 송전, 배전을 담당하는 한전의 영업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때문에 “에너지산업은 단순히 시장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사회적 효율성과 원가주의, 단순한 민영화 대신 민주적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인재 교수는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구조개편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이러한 에너지 분야를 시장화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에너지산업의 구조는 수직통합적 일관적 공기업체제로 개편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한전 또는 가스공사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진 교수는 미래지향적 에너지체제로 전환하는 과제에 대해 “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에서 아직도 가격경쟁에 미련을 많이 두고 있다”며 “발전의 공급보다 지속가능체제로 전환을 위해 네가와트(NegaWatt, 에너지 절약으로 생기는 잉여 전기량)의 공급이 이뤄지는 새로운 사회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균 위원장은 정부의 선진화 정책은 “선진화와 경영효율화를 빙자해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도시가스사업법은 최근 5월 입법예고돼 있는 상당히 다급한 상태”라며 “이미 지난 99년 가스공사 3개사 분할은 좌초됐고 지난 10년간 17조원이라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해서 가스산업의 사유화를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 지부장은 “국가차원의 통합 구매로 천연가스 수입가격을 낮추고 국가 총량적 수급관리, 공사의 공공성 강화사업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공적 참여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대표는 “RPS 도입과 발전차액지원제도 폐지는 환경단체와 소규모발전 사업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그간 공기업의 독점과 정부에 의해 부과되는 의무를 채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RPS 제도는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대규모 의무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공기업들이 보다 손쉬운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채우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공기업이 공공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유구조개편을 넘어서는 전력산업재편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6월 당‧정‧청 합의를 통해 전기와 가스, 수도, 의료부분과 같이 서민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산하체제로 공기업선진화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지난해 10월 한전 등 30개 기관에 대해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선진화 방안에는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민간부문 참여 확대, 경영효율화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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