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ㆍ정유도 신재생으로 선회… 박막전지 관심 높아

국내 'Big 3' 대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태양광 산업을 겨냥해 포문을 연다. 나란히 재계순위 1,2,4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 SK(케미칼), LG(전자ㆍ디스플레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많다. 짧게는 1~2년 전, 길게는 십수년 전부터 이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는 점과 경쟁사들이 녹색산업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을 때도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관망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파급효과가 지대한 이들 'Big 3'기업의 이번 행보는 전자ㆍ정유산업을 골간으로 했던 국내 산업의 무게 중심이 비로소 신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확대해석을 낳고 있다.

5일 삼성 SK LG 등과 업계 동향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차세대연구소 산하에 '광에너지랩'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빠르면 연말부터 박막 태양전지와 실리콘계 결정질 전지를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원 기흥공장의 2세대 LCD라인을 30MW급 박막 파이롯 라인으로 전환해 시험생산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여서 어떤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기존 LCD라인 전환과 함께 별도의 대규모 라인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된 바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올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놓고 고효율 다중접합 박막전지, 고효율 적층형 실리콘 전지, 화합물계 CIGS 순으로 주력제품군 후보로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세기 동안 정유산업으로 영위해 온 SK그룹도 그간의 보수적 행보를 걷어내고 노골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 일찍이 SK그룹은 최고경영자 직속의 신사업부서를 통해 각종 신재생에너지사업 진출을 검토했으나 시장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유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태양광 업스트림 분야를 선점한다는 전략 아래 최근 SK케미칼을 주축으로 가장 앞 공정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이미 이 분야에 진출한 솔믹스(잉곳)-SKC(웨이퍼)와의 수직계열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SK관계자는 '사업 진출을 머뭇거리다 한 박자 늦어지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태양광에)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진입)시점의 문제가 아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폴리실리콘 외에도 차세대 박막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에 포함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들 'Big 3'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양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는 그룹내에서 전자와 디스플레이가 동시에 경쟁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LG전자는 경북 구미에 있는 폐쇄된 PDP공장을 이용해 내년 1분기까지 120MW급 박막 생산라인을, 2011년 1분기까지 추가로 120MW급 라인을 건립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 효용가치가 사라진 PDP 설비를 중국 등에 매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500억원을 들여 파주공장 내에 박막전지 파이롯 생산라인과 실험시설을 설치하고 현재 8% 수준인 박막전지의 효율을 2012년까지 14%대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최근 내비쳤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기업 모두가 박막전지를 필수 제품군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박막라인이 기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양산라인 일부를 개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결정질 대비 응용성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