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각 구청이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와 LED가로등 보급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활발한 지원을 하면서 정작 에너지 절약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관공서를 비롯한 금융기관, 대형 상가의 야간 조명에너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건물의 옥외 광고물과 실내에 조명이 켜져 있는 곳이 각각 25%, 1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26개 지역의 대중교통시설과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장소 실내냉방온도 시민 모니터링’에 따르면 무작위로 선정한 관공서 89곳 가운데 19곳은 정부의 적정 실내온도인 26℃~28℃를 지키지 않았다.

또 건물 외관 홍보를 위해 LED 조명을 밤새 켜놓은 서울시의 한 구청 담당자는 “5월까지는 LED조명과 구청 홍보차 오후 6시 이후 외관 조명을 밝혔다”며 “그러나 에너지 절약을 외치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6월부터는 조명을 켜지 않고 있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관공서의 에너지 절약의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최근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의 각 지자체들은 앞다퉈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기존 메탈램프 대신 효율이 높은 LED램프를 보안등으로 교체 사용하는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절약의식의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일부 공무원들과 공공건물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경차와 자동차 부제 운행도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의 경차 사용은 필요할 때 등장하는 전시용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눈가림 운행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경차와 중형차 2대(1대는 가족용)를 운행하며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 부제 운행도 비켜가는 '얌체족'도 있다. 또 10부제 5부제 2부제 등 부제 운행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일부 관공서 경비원들의 귀띔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최대 이슈는 ‘녹색성장’이다. 물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 에너지 부국이 되는 것을 환영하지만 에너지 절약의 기본 방침은 관공서가 먼저 지켜야 할 덕목이다. 

전기 및 석유 등 에너지 절약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관공서들이 앞장서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방침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겉 희고 속 검은 까마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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