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조길영 울산대 교수
정권은 유한하지만 4대강은 영원히 흘러야 한다


지난 6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대운하 필요성에 대한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임기 내에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꼭 1년 전 6월 촛불정국 와중에서 한 사과 성명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사업은 추진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말을 했다. 1년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대운하 관련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향해서 '똑 같은 종이를 두고, 작년 6월에는 흰색이라고 했다가 올 6월에는 백색이다'라고 말한 것과 똑 같다. 다시 말해서 본질 면에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임기내 소운하부터 개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데 왜 이런 말을 지금 되풀이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내 임기 중에는 대운하 완공할 시간이 없으니 임기 내에 강별로 소운하부터 개통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복심인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현재 의도와 최종 목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하던 6월 29일자 조선일보의 "현 정권의 설계사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제하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살리기는 분명하게 대운하인가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류 전 실장은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많이 겹치지만, 정식으로 운하를 하려면 별도의 공사가 더 필요하다"면서 "대운하를 '절대 안 한다'는 식으로, 정치인은 단정적인 말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그렇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운하든 소운하든, 그것도 아니면 4대강 살리기든 본질 면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임기 내에 우선 국민적 저항이 적은 소운하부터 만들고, 이를 통해 제2의 '청계천 효과'를 등에 업고 2012년 4월 총선 승리와 12월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한 연후, 때가 무르익으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대운하로 피날레를 장식하겠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MB강이 거꾸로 흐르는 근거는 무엇인가?

여기서 가장 큰 쟁점은 4대강 토목사업이 과연 4대강을 살리는 사업인가, 아니면 4대강을 죽이는 토목사업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4대강을 절단내는 - 물론 일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개발로 인한 후광으로 착시적 눈부심도 있겠지만 - 사업으로 장기적으로는 4대강을 죽이는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 두 가지 근거만 보아도 자명하다.

첫째, MB정권이 명명한 대로 '4대강 살리기'라면 사업 완료의 시차적 순서가 지천과 지류로부터 본류로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사업 완료의 시점을 보면, 2011년까지 4대강 보(20개)와 준설 등 본류의 사업을 완료하고, 2012년까지 지류정비와 댐ㆍ저수지 신ㆍ증설 등 지류의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자연계의 순리를 거역한 것이다. 오호 통재라! 정녕 'MB江'은 거꾸로 흐른다는 말인가. 이 정권이 지금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목을 치는 부메랑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사업비 내역을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4대강 토목사업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하다. 2012년까지 투입될 총사업비 22억2000억원 가운데 2011년까지 투입될 본사업비 16조9천억의 내역을 보면, 5.7억톤 준설비 5조1600억원(31%), 16개 보(현재 4개 더 늘어 사업비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임) 설치비 1조5100억원(9%), 제방보강 9300억원, 댐ㆍ조절지 1조7200억원, 농업용저수지 2조7700억원, 생태하천 2조1800억원 등이고, 물을 살리는 직접적인 수질대책비는 5000억원으로 전체의 2.9%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대형 배를 띄울 수 있는 평균 수심 4?11m 확보를 위한 준설과 보설치에 예산의 40%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결코 '살리기'가 아닌 '운하 만들기'라는 것을 반증한다. 앞으로 설계변경으로 인해 돈이 대폭 증가할 부분도 바로 준설과 보 설치인 점을 보면, 강별로 '소운하 만들기'라는 것이 더욱 자명해지고 있다.

계획을 수시로 바꾸는 진짜 저의는 무엇인가?

군사작전하듯이 밀실에서 계획을 세우고, 수시로 사업계획을 바꾸는 4대강 대토목사업은 자연에 대한 무례와 국민에 대한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불과 6개월 전인 작년 12월 4개의 보는 20개로, 1?2m의 소형 보는 낙동강의 경우 댐에 버금가는 10m 안팎의 대형보로 바뀌었다. 준설 후 수심도 2m 이하에서 낙동강의 경우 4?11m로 바뀌었다. 준설 대상도 강 측면과 주변에서 거의 모든 구간에 걸쳐 300?500m로 바뀌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92개 큰 지류에 수십 미터에서 최대 1120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낙차공을 92개소에 설치한다는 것도 언론에 폭로됐다. 작은 지류까지 합하면 콘크리트 낙차공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을 것이다.

뭐가 두려워 이렇게 국민을 계속해서 속이려드는가. 꼭 이렇게 하면서까지 초대형 토목사업을 국민의 혈세로 임기 내에 끝장을 내겠다는 진짜 저의가 무엇인가? 현명한 국민들은 그 저의를 이제 알았다. 2012년 총선과 정권재창출을 위한 권력자의 정략임을 말이다. 정녕 이것이 아니라면, 왜 관련 법절차마저 묵살하고 그렇게 서둘러서 공사를 끝내려고 하는가.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라. 1990년 중반에 수질개선비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 - 실제로 투입했으나 결과는 수질이 더욱 악화되었음 - 시화호 수질개선을 이루어 당초 목적대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로 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다가 어느새 슬그머니 해수호로 만들어버렸듯이, 이대로 두면 새만금호도 머지않아 시화호의 전철을 밟을 위기에 처해 있듯이, 4대강도 현 정권에 의해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물로 넘쳐날 수도 있음을 말이다. 선험적 교훈을 망각한 채, 또다시 악취를 막기 위해 그 이후로도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 벌써부터 심장이 멎을 것 같다.

2012년 준공 나팔 덕분에 한나라당정권 재창출에 도움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몇 년 후 강을 파괴해서 물을 썩게 한 공로(?)로 한나라당은 자연의 대반격을 받아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 정권과 당은 유한하지만, 4대강은 영원히 흘러야 한다. 물은 항상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MB江처럼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4대강을 살리고 홍수를 예방하고 진짜 가용할 물을 확보하려거든 본류의 바닥부터 파헤치고 댐 같은 보부터 막는 무모한 짓을 당장 멈추고, 지천과 지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부터 하라.

이명박과 오바마, 누가 현명한 지도자인가?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촌각을 다투면서 신성장동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21세기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향후 10년간 그린에너지 분야에만 1500억달러(약 2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생명줄인 강바닥이나 파헤치고 보나 설치하는 일에 국가 재정과 시간을 쓸어넣고 있다. 미래에 밥먹여줄 신성장 동력은 4대강에서 나올까 그린에너지에서 나올까?

최근 세계적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 녹색뉴딜의 한가운데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다"고 했다. 이명박과 오바마, 둘 중 누가 더 현명한 길을 가고 있는가? 현명한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중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결단력'도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를 지금 하늘이 보고, 4대강이 보고, 국민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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