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정부는 지난달말 전기와 가스 요금을 소폭 인상했다. 요금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은 벌써 몇년전 부터였지만 미적미적하다가 이번에 전기요금은 평균 3.9%, 가스요금은 7.9% 인상했다. 지식경제부는 원가보상률이 비교적 높은 가정용은 동결하고 원가에 훨씬 못미치는 산업용을 중심으로 대량 수요처에 인상률을 높게 적용했다. 특히 매년 큰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심야전력요금은 8% 인상했다.

 

이번 가스요금 인상요인은 근년들어 턱없이 올라간 연료비 상승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147달러까지 오르고 덩달아 가스, 석탄가격까지 오르면서 한국전력은 엄청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예산으로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예산으로 한전의 적자를 보전한 것은 역으로 얘기하면 전기사용을 권장하는 꼴이다.

예산에서 전기요금을 보조해주는 정책은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선진국을 향한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전기는 석탄이나 가스 등 연료를 이용해 생산하는 2차 에너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 구조는 2차에너지가 1차에너지보다 저렴한 왜곡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는 명분아래 에너지 가격체계에 시장기능을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

1차에너지 100을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산출량은 40으로 알려져 있다. 바꿔 말하면 전기값이 1차에너지 가격보다 2.5배는 비싸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는 얘기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턱없이 싸다. 산업용의 경우 이웃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값싼 전기를 공급해주는 마당에 기업이 일부러 돈을 들여 에너지 절약에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이처럼 싼데다 편리하기 때문에 너나할 것 없이 전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 난방 추세가 가스에서 전기로 급하게 바뀌고 있고 심지어는 농사용 비닐하우스에서도 전기 난방을 하는 웃지못할 넌센스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우리는 합리적인 에너지 이용을 위해서는 가격기능이 살아야만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가격이 살아 움직여야 에너지 절약이 절실해지고 같은 값이면 에너지를 적게 먹는 에너지 효율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받는다. 고효율 에너지 제품이 시장을 장악할 때 만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가진 대책회의에서 전기∙가스 요금에 대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상황인식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이런 의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이번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다시한번 연료비 연동필요성을 강조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연료비 연동으로 요금현실화를 기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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