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저탄소 사회로 이동하기 위해 전기료의 세금을 인상하고, 일반인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대출과 발전차액제도 등을 담은 에너지 백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와 기후변화부 장관은 영국이 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34%까지 낮출 수 있는 방안들과 함께 녹색법안을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12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로드 맨델슨 사업부 장관도 저탄소 산업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녹색 법안은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사회 설계를 위해 에너지 시스템 탈중심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법안에는 일반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과 저탄소 제품에 대한 투자하도록 대출 사업이 포함됐다. 청정에너지 캐쉬백 사업은 가정집과 소단위 마을단체에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설계됐다. 일반인들이 재생에너지로 쓰고 남은 전력을 전력소에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발전차액제도도 소개될 예정이다.

전력사나 가스 공급사들은 향후 에너지 소비자에게 청구서에 20%의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소득 가정의 전기료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고 저소득 가정에는 더 낮은 세금을 적용하는 누진세(social tariff)를 도입할 계획이다.

브리티시 가스와 엔파워 등 영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들은 저소득층을 위해 가격인상을 낮추는 대신, 정부의 새로운 법안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기료 누진세 부과에 대한 추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력사들이 더 많은 고소득층에 전기료를 더 많이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재무부도 누진세가 '세금 약탈'로 해석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와 기후변화부는 현재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밀리밴드 장관은 최근 전기료 누진세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이 시스템은 미완성이다. 누가 참여하고, 하지 않을 것인가가 임의적인 과정에 놓여 있다. 향후 더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풍력과 원자력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일반 납세자들에게 연간 230파운드를 부담지게 할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전기료 인상을 인정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에너지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고탄소 사회를 유지할 경우 북해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줄어들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며 "이 경우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석유 가격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서 화석연료를 수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또 "저탄소 미래를 설계하는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이동에는 비용 지불이 뒤따르기 마련이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고문위원회는 신규 에너지 기반시설에 1000억파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풍력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전국 전력망에 연계되는 데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전기료가 연간 200~230파운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영국 산업연맹(CBI)은 보고서에서 에너지 도매가가 2020년께 30%까지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CBI 보고서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에서 전력의 32%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밝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CBI는 보고서에서 원자력 발전량을 확대하고, 목표치를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관계자는 정부가 풍력발전 목표량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측은 "우리는 이미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의 15%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속도로라면 목표량을 채울 수 있다" 소문을 부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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