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ㆍ상하수도 슬러지도 소중한 에너지

 

▲ 조찬제 서평에너지 상무 (본지 편집위원)
예전에는 도시 도처에서 연탄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석탄 생산도 많이 줄어 현재 5개 광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급감하던 연탄 소비는 IMF 등 여러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늘고 있다.

 

그래서 연탄용 무연탄 수급을 위해 북한, 베트남 등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북한탄을 제외한 제3국탄은 연탄용으로 사용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석탄을 연탄 제조기로 마구 찍어낸다고 모두 연탄이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탄이 연탄용으로 최고 적합한 것은 우리 석탄이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특성 때문이다. 첫째, 연탄은 빨리 연소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타야 밤늦은 시간에 연탄불을 갈아주는 불편이 줄어든다.

둘째, 연탄은 타고 난 후에도 연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스러지면 아궁이에서 연탄재를 치우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셋째, 적당한 물과 프레스 압력만 가해 찍어도 연탄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고가의 당밀과 전분들이 들어가면 값이 비싸져 서민들이 애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광산에서 생산되는 석탄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석탄 생산량이 줄어들어 베트남에서 석탄을 수입하게 되면서 외국탄은 너무 빨리 타고, 타고 난 후에 연탄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부스러지며 연탄으로 잘 성형되지 못해 연탄용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연탄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많아졌다. 어떻게 석탄을 연탄으로 가공해 사용하였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탄은 연료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4000~5000kcal의 저질탄이다.

불도 잘 붙지 않고, 철광석에 사용되는 코크스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어 연탄용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잘 타지 않으니까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 보고, 구멍도 9개로 뚫어 보고, 19개도 뚫어 보고, 지금은 가장 적합한 구멍수를 찾아내어 무게 3.6kg, 구멍수 22개의 표준 연탄을 만들어냈다.

이 연탄이 추운 겨울 우리 서민들의 피곤한 몸을 녹여 주기도 하고, 벌거숭이가 된 전국 임야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울창한 삼림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연탄이 점점 사라져 아련한 추억 속에 남게 되었지만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뒤떨어져 있는 북한, 몽골, 중국 동북 3성, 중앙아시아 등에서 우리 연탄 문화의 가치를 서서히 인정해 가고 있다.

우리는 연탄을 CO₂가 발생하는 저질 연료로 생각하지만 몽골 등은 이 연탄이 청정개발체계사업인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UN개발 지원 사업으로 연탄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키르키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도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우리의 연탄 난방문화 지원을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연탄은 고체 연료로서 사용하기는 불편하지만 값이 싸고 열효율이 높아서 서민들이 부담 없이 사용하기 가장 적합한 연료이다. 때문에 생활수준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개도국에 우리의 난방문화 보급사업과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병행 추진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남북 관계가 나아지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될 사업이 북한 주민 가정 연료 지원사업인데, 연탄공장을 지어서 연탄으로 가정연료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북한을 수십 차례 오고 가면서 여러 지원 사업을 추진해 봤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질연탄 지원 사업이었다.

보통 우리는 4000kcal 이하의 연탄은 잘 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의 그릇된 생각의 소산이다. 3000kcal도 불에 타고 그 이하의 저질탄도 불에 탄다. 단, 연소가 잘 되지 않을 뿐인데 연소 여건만 잘 갖추어지면 연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에 3300kcal의 석탄으로 연탄을 만들어 지원한 적이 있다. 금강산에서 북한 관계자들의 입회하에 그들의 사무실 옆에서 연소 실험을 공동으로 하였는데 연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마술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속임수라고 했다. 이것은 마술도 속임수도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정도의 저질 연탄은 타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석탄공사 재직시 실험을 추진했을 때 당시 필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것을 북한에 가지고 가겠다고 하니 더욱 반대가 심했다. 필자는 후원금을 모아 저질 연탄 2만장을 북한에 몰래 보냈다. 잘못되면 큰 일 날 일인데, 그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질 석탄도 반드시 탄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석탄은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탄소가 산소와 반응하면서 열과 빛을 발산하는데 석탄에 탄소가 많이 들어 있으면 좋은 탄이고 탄소가 적으면 저질탄인데 탄소가 적다고 탄소가 산소와 화학반응을 안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석탄은 열과 빛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었다.

이때 확인한 사실인데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찌거기도 유기물질이고, 상ㆍ하수도 슬러지도 유기물질이기 때문에 말려서 태우면 연소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먹을 수 있는 기름, 먹을 수 없는 기름 가리지 않고 짜낼 수 있는 기름은 다 짜내 에너지로 사용하고 지열, 태양광, 태양열, 풍력, 조력 등 없는 것도 만들어 사용하는 녹색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 버려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음식물 쓰레기, 상ㆍ하수도 슬러지에 대한 기술 개발을 서둘러 이것을 연탄용을 비롯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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