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하반기부터 대학 출강하는 신성철 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최근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꿈꾸다 차디찬 해발 6300m 설산에 영원히 잠든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산이 좋아 안정적인 직장도 포기하고 세계 명산 등정에 나선 그는 에베레스트, K2 등을 차례로 오른 뒤 불행히도 낭가파르밧 정상을 정복한 뒤 하산하다 사고를 당했다.

"산은 사람이 정복하는게 아니라, 산이 사람을 받아주는 것"이라는 유명 산악인의 말을 절로 떠올리게 했던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 즈음 산악인은 아니지만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오대산, 치악산 등 국내 명산을 종주하며 온몸을 산에 맡긴 이가 있었다.

재임 당시 "에너지기술 개발은 야산을 오르는 전략이 아니라 에베레스트나 K2를 등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신성철 초대 에너지기술평가원장<사진>이다. 3개월 전 원장 재공모에 나섰다 현 이준현 원장에게 바통을 넘긴 그는 야인으로 돌아간 이후 줄곧 산을 탔다.

그리고 아직 정복하지 못한 주왕산과 울릉도 성인봉을 오르려던 차에 '재임하건, 그렇지 않건 꼭 한번 다시 만나자'는 기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근 서울시내 한 찻집에서 본지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늘 바짝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흘렀던 그의 얼굴도 어느 새 넉넉함이 묻어나는 산사람을 닮아 있었다.

자기 암시를 하듯 인터뷰 내내 "좋아요, 아주 좋아요"를 반복했던 그는 "자연 속에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감사함을 느끼고 평안을 얻었다. 다시 기회가 온다고 해도 그때처럼 그런 열정으로 일할 수 있을까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 신성철 전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장


-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제 산도 많이 다니셨으니 다른 계획도 세우셔야지요.

▲ (웃음) 한양대학교에서 2학기부터 에너지기술정책을 강의할 예정입니다. 산에 오르면서도 '교단에 서면 뭘 가르쳐야 하나' 이것 하나만 고민했지요. 제겐 너무 좋은 기회입니다. 예전에도 학교에서 오라는 제의는 여러 번 있었는데, 솔직히 당시엔 내가 거절했습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젠 나이도 있고 그간에 좋은 경험도 쌓았으니 학생들에게 무언가 가르쳐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내 자신도 한번 정리할 기회도 되고….

- 출강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 물론입니다. 근본적으로 인재를, 사람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은 학생들이 나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에너지기술 개발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보고 최선의 전략을 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에너지기술 개발도 결국은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식견을 갖추도록 말입니다.

-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에기평의 초석이 마련되고 이제 2기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물러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까.

▲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 얘기라면… 어쨌든 그간 에기평 소식과 사람들에게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오신 이준현 원장께서 훌륭하게 일을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춰 평가원을 이끌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 밖에 어떤 얘기라도 이 자리에서 에기평 얘기를 꺼내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 에너지정책, 더 좁게는 에너지기술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것도 저것도 잘하는 것은 아무것도 잘하는 게 아닙니다. 기술개발도 해야 할 기술을 개발해야지 무작정 잘 하는 일을 개발하는 건 곤란하지요. 미래 가치를 보고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되 긴 안목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 에기평 직원들에게 못다 전한 당부 말씀이 있습니까.

▲ 말은 안했지만 1년반 동안 정말 고생들 많이 하셨지요. 잔말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가르치면서 해왔는데 많이 도와주셔서 나름대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보다 주도적인 입장에서 단합해 일당백으로 새로운 에기평을 만들어나간다면 고품격 조직으로 거듭날 거라 믿습니다. 물론 이 얘긴 먼 발치에서 응원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입니다. 인터뷰는 이쯤 하시고…. 아, 요즘 전 강의구상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마도 강의가 아닌 화두만 던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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