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교수
신기한 일이다. 최근 LPG 하이브리드 경차를 내놓은 국내 모 회사가 그 차의 기술성이 뛰어나며, 더 나아가 경제성이 최고 수준임을 자랑하는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잖게 넘어가기에는 그 회사의 규모나 우리나라에서 경제사회적으로 가지는 위치가 너무 크게 때문에 그런 방식의 광고와 기사는 더욱 크게 전문가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신문기사들에 따르면 LPG 하이브리드차는 독자개발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연료비로 보면 크게 경제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연비에 대한 설명은 세상에 없던 개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설명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비록 새로 내어놓은 차량의 실제 연비는 리터당 17.8km 수준이고,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리터당 25~30km를 가지만, 국내 LPG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절반 수준이므로 이를 반영하면 경제성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실제로 두 가지 문제점을 소비자에게 숨기고 있다. 첫째는 LPG 가격이 휘발유의 절반인 이유가 휘발유에 많이 부과된 세금 때문이지 실제 원가의 차이는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며, 분명 자동차 연비 측면에서는 시장에 내놓을 수준도 안 되는 뒤떨어진 연비수준의 차량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사라고 내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3년 경유승용차 판매 때도 자동차 업계는 같은 논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였었다. 2003년에 경유 소비자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절반수준이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경유 승용차가 허용되자 경유차, 특히 RV차량들을 구입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경유승용차의 허용으로 인하여 경유 차량이 늘어나면 수송용 유류에 붙은 세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 경유가격을 2007년까지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 2007년과 2008년에 경유가격은 휘발유가격을 초과하기까지 하였으며, 경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경유차를 판매한 자동차 회사에 대하여 배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는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며 미래 대폭적인 연비향상이 기대되는 경유 차량이었다.
이번에도 LPG 하이브리드에 LPG경차까지 추가하였으니, 정부는 세수 균형의 핑계를 들어 곧바로 LPG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릴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하며, 멋모르고 자동차회사의 광고와 정부지원을 믿고 LPG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몇년 후 LPG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다시 한 번 배신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LPG차량은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이 뻔하다.
LPG 하이브리드 차량은 환경 친화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고 자랑하지만 전기자동차나 CNG자동차에 비하면 배출하는 오염이 많으며, 이산화탄소 배출 면에서는 경유차에도 뒤진다. 즉,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LPG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하여 그리 유리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LPG 자동차가 연비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가 발표한 연비는 리터당 17.8km이다. 그리고 그게 해당 회사가 생산하는 차종 중 최고수준의 연비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과 유럽은 리터당 20~30km를 가는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다. 차이가 나도 크게 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자동차업계의 연비향상 노력은 매우 치열하다. 일본, 유럽에 이어 이번에 미국이 GM를 구조조정 하면서까지 연비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이유는 이런 노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료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연비 향상은 무역수지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효과, 경제전반의 효율성 향상, 그리고 기술개발로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에 이어 연료전지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에서 우리는 과연 국내회사들을 믿을 수 있을까?
이번 LPG하이브리드 자동차 사건은 이러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힘들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업계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심한 의구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앞서서 노력하지는 않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아직도 내수용보다 수출차종이 더욱 좋은 가격조건과 품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솔직히 자기들 기술수준이 뒤처져 있으니 정부와 국민의 도움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할 용기도 없는 회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LPG는 원래 택시와 장애인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살기 힘든 서민을 위한 혜택으로 가격을 싸게 책정한 것이었다. 앞으로 택시업계와 장애인들, 그리고 택시를 타는 서민들에게 무엇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 아니, 변명이라도 하기는 할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