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경영지원실장
"공단 오실 땐 더위ㆍ추위 각오하세요”

 

▲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경영지원실장

"수질이 좋지 않은 독일에서 정수기술이 발달해 ‘명품 독일제 정수기’를 탄생시켰듯이,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는 에너지 절약 기술이 발달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을 선도하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청사 내 에너지 관리를 맡고 있는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경영지원실장은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유럽 대부분은 겨울철 호텔에 가도 난방온도를 20°C 이상 올리지 않습니다. 그들이 자원이 부족하거나 우리보다 여유롭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도 처음 유럽방문시 ‘여름에는 땀을 좀 흘려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그네들의 분위기에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절약이 기후변화 대응과 수요관리의 핵심임을 공단 내 에너지 운영을 맡게 되면서 깨닫게 됐단다.
 
28일 경기도 용인 공단 경영지원실에서 만난 그는 넥타이를 하지 않은 반팔셔츠 차림이었다. 셔츠 제일 윗 단추도 하나 풀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체감온도가 2~3°C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그의 책상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실내 온도계는 29°C를 가리키고 있었다.

“요즘 사무실에서는 여름에는 긴팔이 겨울에는 반팔이 유행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김 실장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여름철 피크타임(오후 2~3시) 냉방 풀가동으로 예기치 않은 정전사고가 빈번하다며 “그럴 때 정말 전력이 필요한 산업이나 의료시설 등을 위해 전력을 꺼주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절약 실천이 철저한 기관으로 유명하다.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여름철 실내적정온도 26~28도, 겨울철 18~20도 유지는 물론 점심시간 조명과 컴퓨터 끄기, 3대인 엘리베이터는 4층 이상만을 운행하고 그 중 2대만을 운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그나마도 1대의 운행도 줄여 1대만 가동할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공단 건물 전체의 냉난방과 전등은 오후 7시 이후 자동으로 꺼지며, 이후 야근이나 기타 업무를 위해서는 개별 스탠드와 선풍기 등을 이용한다. 작년까지 차량운행은 홀짝제(공단 방문 일반인은 5부제)로 운행해 왔다. 때문에 통근버스와 카풀제가 발달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늘었다.

“올해부터는 요일제로 바뀌었지만 차량 이용은 홀짝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공단을 방문하는 외부 손님들은 요즘과 같이 찌는 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철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철 공단 방문을 괴로워하기도 한다”며 “때문에 공단을 재방문할 때는 각오를 하고 겨울철에는 내복을 입거나 얇은 옷을 여러겹 껴입고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풀고 오시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직원 내 자원자를 모집해 3달에 한번씩 각 층마다 ‘에너지 지킴이’를 선발, 연말에 우수지킴이상 표창을 하고 있다. 에너지 지킴이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 조명과 컴퓨터, 복사기와 같은 사무실 복합기기의 소등을 점검하고 에너지 절약이 잘 지켜지지 않는 부서에 주의를 주기도 한다. 

김 실장은 “에너지 절약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절약 실천이 일반기관과 비슷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추진실적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이상인 463개 공공기관의 에너지사용량은 ㎡당 연간 평균 39.7Kgoe(킬로그램 석유환산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공단은 연간 평균사용량이 ㎡당 16.7Kgoe(킬로그램 석유환산단위)으로 타 기관의 42%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한 해는 ㎡당 15.31Kgoe(킬로그램 석유환산단위)이다.

이렇다보니 다른 공공기관이나 건물관리 업체 등에서 공단으로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견학을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김 실장은 귀띔했다.

공단 내 에너지 절약 방침을 아낌없이 실행하는 그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긴 하다. 바로 겨울철 여직원들의 건강이 그것. “남직원들이야 조금 추워도 그러려니 할 텐데 여직원들은 몸이 차면 안되잖아요?”

김 실장은 “에너지 절약 공공기관으로써 공단의 역할을 이해하고 에너지 절약 실천에 앞장서 주는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은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나 수요관리 위주의 정부방침도 결국에는 ‘절약’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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