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상업화-마케팅 동시추진 절실

'회피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산업화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과 맞딱뜨리고 있다.

죽음의 계곡이란 기초연구를 거쳐 제품제작 단계에 다다른 사업이 응용ㆍ개발연구에 대한 자금부족이나 투자저조 등으로 좌초되는 현상을 일컫는데, 국내 산업의 절반 이상이 이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은 제품 상업화 과정에 3차례나 죽음의 계곡과 조우하게 되며 그 첫번째 생사기로는 기초연구단계에서 나타난다. 이 위기는 특정 제품을 개발하려는 기업이 제때 정부나 지자체의 비용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과정에 진입한 기업들은 상품화 이전인 미래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사세가 약하거나 전략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빈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장 위협적이면서 치명적인 죽음의 계곡은 그 다음 단계인 제품 및 시제품 제작 시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술개발의 결과를 경제적 가치로 실현하는 이 단계야말로 기업들이 가장 주의를 기울여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앞서 IMF시절 우리 기업들은 각종 기업연구소를 정리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벤처기업으로 독립한 상당수의 중ㆍ소규모 기업들이 이 단계에 나타나는 죽음의 계곡을 피하지 못해 절명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2007년 기준 국내 에너지산업 종사기업은 600여곳 가운데 절반인 300여곳이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며, 무엇보다 이들 기업의 70% 이상이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고 있어 두번째 죽음의 계곡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중구 서울산업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기업들은 종합적으로 제품 수명주기상 진입기에 해당해 상대적으로 이 같은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에너지기술 체인 상에서 예상되는 죽음의 계곡을 정확히 분석하고 서둘러 회피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기술개발-산업화-마케팅 일체를 동시에 추진하는 '동시공학방식'이 가장 적절한 대응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계별 대응전략으로는 창업시기의 경우 사업계획서와 함께 자금확보 계획을 동시에 마련해 선행투자와 매출이익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지적재산권의 일부를 제3자에게 넘겨 로얄티 수입을 얻는 방안이 있다.

이어 상품화 시기엔 제품을 타기업과 공동생산ㆍ판매하거나 연구개발 및 마케팅 업무를 전문 수행기업에  위탁하는 방식의 '프렉탈 생산시스템(Fractal Manufacturing system)'이, 성장기에 찾아오는 마지막 죽음의 계곡은 수요맞춤형 신제품 개발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대응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기술개발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산업화 로드맵을 바탕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개발 이후 시장형성과 수익성 창출에 기여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특히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상용화를 고려한 개발을 독려하고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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