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일 열린 국제 에너지정책 심포지엄을 취재했다. 개인적으로 에너지분야의 첫 심포지엄 취재이므로 약간 설렜다. 특히 최근 관심을 끄는 러시아의 석유·가스 개발 정책에 관한 내용이어서 더욱 그랬다.

정신없이 바빴던 취재를 마치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우선 잘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다소 전문적일 수 있는 에너지분야의 정책 심포지엄에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200~30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호텔 그랜드볼룸를 가득 메웠고, 일부는 선 채 경청할 정도였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은 지 몰랐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기자가 없어서 놀랐다. '국가적 과제인 에너지확보'라는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의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계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도 있는 심포지엄에 언론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글자 그대로 '국제' 심포지엄인데다 현재 최대산유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석유·가스가 주제였는 데도 말이다. 일반 국민도 관심이 있을 법한 사안에 언론은 눈과 귀를 막은 셈이다.

물론 에경연의 홍보 노력의 미흡한 탓일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벌인 언론은 본지와 로이터통신 외 1~2개가 더 있었던 정도였고, 그나마 오후가 되자 모두 자리를 떠났다. 또 노트북을 놓을 기자석 테이블과 의자, 전원 등도 부족했다. 에경연 관계자는 기자가 많이 올 줄 몰랐다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언론과 관계가 없었거나 홍보를 하지 않았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이를 충족시켜주는 언론은 부족한 실정인 듯하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쉽게 말한다. 정작 우리 언론이 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얼마나 충족시켜주고 있는지 반성할 대목이다. 혹시 보도하고 싶은 부분만 취재하는 언론 편의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확인해볼 때다.
 
또 에경연 등 에너지기관과 기업도 홍보에 나설 때다. '가만있어도 월급은 나오니 괜히 나서서 일을 만들 필요 없다'는 구시대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는지 노파심에 묻고 싶다. 오늘 심포지엄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후원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두 공사는 이번 행사를 적극 홍보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울타리만 쳐놓고 아무 일 없기만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벤치마킹하면서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유도하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를 위해 울타리를 없앤 상태로 언론의 견제와 격려, 비판을 받으며 더욱 매진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한편, 세계적인 로이터 통신사가 이번 심포지엄에 에너지담당기자를 파견했다. 이 정도면 이미 세계는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행간을 읽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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