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총 배출량은 BAU 기준 8억1300만톤으로 예측하고 2005년 대비 8% 증가, 동결, 4% 감소라는 세 가지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올해 말 코펜하겐에서 2013년 이후 각국의 감축 목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마당에 이제까지 감축 의무가 없었던 우리나라가 먼저 중기 감축 목표안을 발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몇 가지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민간 영역에 확실한 정책의 시그널을 던지고 아울러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정책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국제 사회에 우리 나름의 목표를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참여를 압박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촉진하는 의미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예상된다. 먼저 에너지 다소비형인 현재의 산업 구조 하에서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관련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선 현재의 산업구조를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상응하는 연도별 감축 목표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이에 대한 산업계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문제는 우리의 감축안이 국제적으로 수용될 것인가이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올해 말 세계적 합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수동적인 태도로 보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013년 이후의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고 어떤 식이든 감축 의무가 우리에게 부과될 것은 확실한 듯하다. 국내의 환경 단체들은 이미 정부 목표가 너무 미온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입장인데  만약 우리의 감축안이 국제적으로 용인되지 못하고 더 강한 감축 목표를 강요당한다면 이번 정부 발표는 무의미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혼란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따라서 대내적인 합의 없이 우리의 감축 목표를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여론 수렴과정에서는 시일에 쫓기지 말고 또 세 가지 시나리오에 집착하지 말고 차분하게 산업계, 시민, 정부 등 모든 당사자가 충분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바람직한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노력을 하는 한편,  일단 국제적 협상 타결 분위기가 형성될 때 국내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전술을 구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적 합의만이 우리 정부의 대외 협상력을 높이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저탄소 생활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우리의 자연과 인간 세상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은 비단 정부나 산업계만의 일이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어떤 감축 목표를 설정할지 아직 미지수이긴 하나 정부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탄소세가 부과될 수도 있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팔 수도 있다. 또 여분의 돈을 투자하고자 할 때도 유망한 업종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과연 지구를 살리면서 우리의 살림을 풍요롭게 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먼저 국내적으로 깨어있는 국민과 합리적인 산업계 그리고 현명한 정책담당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에 합의하여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성공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외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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