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평가 '미흡-과다-적절' 등으로 엇갈려

박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며 내놓은 정부 온실가스 감축 후보안이 각계로부터 뭇매만 실컷 얻어 맞았다. 시민단체는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만한 수준의 상향된 목표 설정을, 산업계는 으레 '왜 먼저 나서느냐'는 식의 볼멘소리를 냈다.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3개 후보안에 대한 의견도 '낮다' '높다' '적절하다' 등으로 갈렸다.

녹색성장위원가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공청회'는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해 각계의 중지를 모으는 자리였다.

앞서 이달초 정부는 ▲8%증가(1안) ▲동결(2안) ▲4%감소(3안) 등 3개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최종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이번 공청회는 공론화를 위한 여론수렴의 첫 단계이자, 정부측 입장에선 절차준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안과 관련, '감축목표를 수립했다'는 총론에선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으나 '얼마나 줄일 것이냐', '목표치 산정 기준은 타당했느냐'는 각론에선 뚜렷한 이견을 보였다. 특히 목표치에 대한 수위를 놓고 시민단체와 산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자리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국가가 가야할 (감축)목표도 없었던 과거와 달리 정부가 나서 목표를 정했다는 것은 국민과 기업들에게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호평하면서도 "하지만 그 신호의 세기가 충분한가를 살펴보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2005년 대비 4% 줄어드는 시나리오인데 세계 7위 녹색강국이 된다는 나라가 이 정도를 내세운다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현재의 시나리오에 연연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목표 상향조정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문을 듣고 가장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인 이는 산업계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이경훈 포스코 상무였다. 이 상무는 "개도국인 인도도 향후 10년간 구속력 있는 감축정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유럽연합 주요국도 증가하는 감축목표를 발표하는데 왜 우리가 그들의 정치논리에 말려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으로 산업계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야 할 처지다. 국민이나 시민단체가 보는 시각과 기업이 보는 현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가 목표를 설정한들 국제평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면서 "좀 더 전략적이고 실질적인 목표설정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향 조정을 종용했다.

온도차를 달리하는 시민단체-산업계와 달리 '그 정도라면 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창섭 경원대 교수는 "목표가 발표된 것 자체는 큰 성과다. 이 시점에서의 감축목표와 논의가 진정성을 띄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정부 안을 두둔했고, 조홍식 서울대 교수도 "감축목표는 균형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민과의 소통 여부, 구체적 감축 수단, BAU(기존 감축기술과 현재의 정책수준을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대입 목표치 산정 방식 등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재고를 요구했다. 공청회를 지켜 본 각계 전문가들의 입장도 분분했다.

한 신재생에너지 학계 측 인사는 "감축방식으로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CCS(탄소포집)를 넣은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라고 폄훼했고,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제를 이야기할 땐 OECD회원국 운운하면서 탄소감축을 얘기할 땐 개도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니러니"라고 꼬집었다.

한편 녹색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여론수렴 과정에 돌입해 이달 9일까지는 전문가 4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15일부터 9월 14일까지는 일반인 20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사전 배포된 설문조사지에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및 온난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2월 코펜하겐 협정 이전에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발표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3가지 감축 계획안 중 가장 적합한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와 설문조사 및 향후 국회보고 및 협의를 거친 이후 연내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감축시기와 목표를 확정,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청회는 향후 전개될 갑론을박의 신호탄이 될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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