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문제가 아닌 우리 같은 식자(識者)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중의 공론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녹색성장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국가 중기(2020)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관련 공청회 폐회사에서 한 말이다.

이날 김형국 위원장은 “녹색성장 과제 발족 1년 동안 MB정부를 둘러싼 이념적 색깔론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 분야는 꾸준히 지지를 받아왔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정치와는 상관없이 중요시 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3가지 시나리오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목소리로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와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과 김창섭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대표(경원대 교수), 조홍식 서울대 교수, 이진우 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등 패널과 질의자 모두가 “국민과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부나 산업계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이뤄지면 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김창섭 대표)'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청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문조사 결과를 9월에 인식조사 결과라고 발표한다면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부 의견대로 결과가 도출될 것이 뻔하다(이진우 연구원)', '국민과의 논의기구가 필요하다(안병옥 소장)'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식자란 학식이나 상식이 풍부한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일반 개인이 여느 전문가나 기업인 못지않은 1인 전문가 시대다.

더구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의견에 국가의 주체인 ‘국민’이 빠져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최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안이라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는 동향을 걱정하는 김 위원장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방적인 소통으로 이뤄진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도출해 톱-다운 방식을 하기보다 적어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국민에도 설득과 합의의 과정이 완벽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