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CCS 연구개발ㆍ지원 최일선을 가다


[이투뉴스 이혜린 기자]  최근 발표한 국가 중기(2020)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서 BAU(기존 감축기술과 현재의 정책수준을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 대비 가장 높은 3단계 목표인 30% 감축을 위해 정부는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그린카 보급, 고효율제품의 보급 확대와 함께 반드시 주목해야 할 기술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기술’을 꼽았다.

CCS기술은 화력발전소와 같은 온실가스대량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전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난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협약부터 이 기술의 CDM(청정개발체제)사업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재 전 세계 20여국에서 CCS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오는 2015년까지 CCS의 실증을 완벽하게 끝낸 후 2020년 상용화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사업과 관련한 전문가들은 CCS기술이 2050년 50%의 이산화탄소 감축량 중 2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12년 이후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의무감축국에 속하게 될 경우 이 감축량을 채우기 위해 외국에 비용을 들여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CCS와 관련한 혁신적인 국내 기술개발이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중 하나로 CCS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 개발사업단 관계자는 “CCS기술은 녹색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핵심 포인트 기술이며, 앞으로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 수십년 간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 이산화탄소를 잡아 땅속에 넣는다…CCS(탄소포집저장)기술을 말하다

 

▲ '건식흡수제'를 이용한 ccs 포집 파일럿 설비 '100입방미터 처리장치'의 모습.

 

“둘둘둘둘…”
지난 12일 찾은 대전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한문희) 내 ‘배가스 R&D 실증설비동’. 탄소포집기술이 어떤건지 보여주겠다며 한 연구원이 복잡한 모양의 기계 스위치를 올리자 육중한 타워 안에서 무언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계가 돌아가자 ‘푸식푸식’하고 김 빠지는 소리가 난다. 세탁소에서 맡아본 듯한 냄새와 건조하고 뜨뜻한 공기가 주위를 감싼다.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단의 이창근 박사가 맡고 있는 ‘건식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파일럿 설비다.
“이 설비가 화력발전소에 도입될 건식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을 축소시켜 놓은 설비입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금 두 개의 타워 안에는 0.1mm 이하의 밀가루 같은 고체입자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분리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건식흡수제 연구를 맡고 있는 이 박사의 설명이다.
이 박사의 연구팀은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이용, 파일럿 설비에서 이산화탄소포집 연구에 성공했다.
오는 10월에는 경남 하동화력발전소에 이 설비동에 설치된 포집장치의 약 20배를 확대한 규모의 설비가 시범도입될 예정이다.

‘건식흡수제 이용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의 실증연구를 위해 설치된 이 장치에서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웠을 때 배출되는 대기물질을 재현해 시간당 100Nm³씩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타워의 이름도 ‘100입방미터 처리장치’다.


“화력발전소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500MW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기준으로 발전소 1기에서 시간당 배출되는 가스량이 180만~200만m³다. 이 설비동의 처리장치는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1만분의 1 ~2만분의 1 규모라고 보면 된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이 박사는 “첫번째 타워에서는 건식흡수제가 흘려보내진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붙잡고(흡수), 두 번째 타워에서는 건식흡수제에 붙은 이산화탄소를 따로 떼어내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간단하게 두 가지 공정, ‘붙잡고 떼어내는’ 공정이다. 

이 박사는 그러나 “흡수 알갱이를 재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흡수제에서 CO₂를 분리하고 재생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 설비동의 장치들은 탄소포집연구의 실증시험을 위한 공정들이다. 모두 3차 평가를 끝내고 실제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검증받았다.

현재 탄소 포집기술 중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아민용액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높은 비용과 폐수처리의 문제가 남아 있다.

CCS 장치를 화력발전소에 도입시키기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 원인은 높은 비용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과 CO₂ 포집·수송·저장을 위한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한국표준형 50만kW급 화력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이 7000억여원인데 이만큼의 비용이 다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포집에만 비용의 70~80%가 들어간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이 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을 갖추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1톤당 처리비용으로 20달러 수준이 요구된다. 

이렇게 포집된 CO₂는 수송차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 지중에 저장된다. CO₂의 저장을 위한 저장소의 선정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까지는 염대수층이나 폐유정, 석탄층 등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염대수층은 지하 1km이하에 위치하고 있는 염분이 포함돼 수자원으로서 가치가 없는 지하수층이다. 여기에 포집된 CO₂를 보내면 이 CO₂는 염수에 저장되는 것.


유정에 저장되는 CO₂는 석유의 채굴량을 높여주기도 한다. 석유를 채취해 압력이 떨어진 유정에 CO₂를 집어넣어 유정내의 압력을 증가시키면 아직 남아있던 석유를 채취하기가 쉬워지는 원리다. 세계 각국에서는 연 100만톤의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현재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사업단장 박상도)은 염대수층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을 위한 기본기술을 확보하고 현재 석탄층의 용량 등 석탄층 지중저장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산화탄소 잡아내는 21세기 개척자들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 기술개발사업단(CDRS)

 

▲ (왼쪽부터) 이병우 연구원, 박태성 사무국장, 유현희 연구원, 우철완 연구원.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사업단은 프론티어 정신에 걸맞게 다소 위험하더라도 파급효과가 큰 연구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태성 CDRS 사업국장이 사업단의 업무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CCS기술에 대해 “조직이 처음 출범하던 때만 해도 CCS 기술은 먼 미래의 기술이라는 생각에 국내에서 관심이 낮은 분야였다”고 박 국장은 설명했다.

지난 2002년 출범한 CDRS는 교육과학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하나로 오는 2012년 3월까지 10년동안 3단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짧게 줄여서 ‘이산화탄소 사업단’이라고 불린다.

이산화탄소 사업단은 세계적 수준의 녹색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와 관련한 전체 26개 연구과제를 추진, 지원하고 있다. 사업영역은 크게 이산화탄소 저감기술과 처리기술로 나뉜다.

사업단의 이산화탄소 저감 부문에서 900만 탄소톤 저감이 가능한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기술개발과 이산화탄소 처리에서 톤당 처리비용이 60달러 이하의 저비용 CCS기술개발이 최종 목표다.

이 사업단은 모두 합쳐 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사업을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단에서 관리하는 사업비는 모두 1392억원으로 국고 970억원, STX, SK에너지 등 민간기업에서 422억원이 지원됐다. 현재 사업에는 SK에너지를 비롯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고려대학교 등 모두 38개 기관이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2002년 조직 출범 때부터 CCS기술 개발 지원을 시작해 현재 사업단의 주요 지원사업 중 70% 이상이 CCS 기술과 관련한 연구다.
 
박 국장은 “이산화탄소 포집분야의 건식흡수공정, 분리막소재 기술 등은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혁신적으로 포집비용을 낮춰 상용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기후변화대응 포컬 포인터(Focal Pointer)’를 자처한다. 연구지원 사업 외에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내기술개발의 성과를 적극 홍보키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병행하고 있다. 국제심포지엄, 범부처 합동 워크숍 등을 개최했으며 지난 7월에는 CCS 전문서적을 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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