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상복기자] 바람은 그 세기나 방향에 따라 이름이 참 많다. 세기에 따라 순풍, 강풍, 태풍 등으로 나뉘고, 정면에서 불면 마풍(마파람), 뒤에서 불면 배풍, 거슬러 불면 역풍 등으로 이름이 붙는다.

이 가운데 항공사가 가장 선호하는 바람은 목적지를 향해 부는 배풍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400억원의 연료비가 더 든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항공사는 미주 동부항로를 운항할 때 거리가 짧은 북태평양 노선보다 바람을 등지고 날 수 있는 캄차가항로를 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연료비를 최대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바람은 때와 성질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바람을 탈 수 있다.

해풍을 이용한 범선의 항해, 패러글라이딩 활강, 육ㆍ해상 풍력발전도 결국 바람의 흐름을 읽고 때를 놓치지 않아야 가능한 일들이다.

요즘 세계 풍력산업을 지켜보면 '광풍'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각국이 앞다퉈 풍력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최소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풍력발전을 목표 달성의 가장 큰 기여수단으로 보고 기술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중국은 매년 100%이상 풍력발전 규모를 늘려 이미 2년전에 2010년 목표 5GW보급을 초과 달성했다. 1990년대부터 섬유산업을 풍력산업으로 돌린 인도는 아시아 최대 풍력기업(Suzlon)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2006년 73GW에서 매년 21%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내년에 160GW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봄바람이요, 맞바람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국내 보급량은 세계 1위 독일의 100분에 1에 불과하며 그렇다고 원천기술이 있어 이런 호기에 국산터빈을 내다팔 형편도 못된다. 

뒤늦게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수년 전부터 연구개발에 들어간 성과가 이제 하나 둘 싹을 틔워가고 있을 뿐이다. 이들 국산품이 수출상품화 되려면 앞으로 2~3년은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풍력 국산화를 위해 배풍을 만들어 줄 때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다.

산업계에 힘을 보태는 방법도 의외로 간단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가 있는 공기업 등을 통해 가급적 국산품을 많이 사주면 된다. 내수실적도 없는 풍력터빈을 사들이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실적이야말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 우리기업들에게 든든한 배풍이 될 것이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