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손지원 기자]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을 넘기고 있다.

녹색위는  녹색성장이라는 화두에 대통령 직속기구로 앞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의 주도권, 탄소세 도입 여부 등 난맥 상태의 사안들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로서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녹색위는 칼자루와 동시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

이 두가지는 스스로가 규정한 자기 정체성으로 홈페이지 기관소개에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한 심의 조율기구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녹색위의 활동추이를 지켜보면 결정권자로서의 칼자루만 쥐고 있을 뿐 사회적 합의체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먼저 여론 수렴하겠다는 약속이행이 그렇다. 온실가스 감축계획 보고서 발표 이전,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녹색위는 국민여론조사와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먼저 빈틈을 보였다.

국민여론조사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계획 1,2,3 시나리오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이란 다른 선택 없는 질문으로 빈축을 샀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문가 여론조사도 '적정 감축량은?'이란 질문에 한자릿 수만 기재할 수 있게 하는 실수를 범해 기업과 학계로부터 유도성 여론조사란 오해를 받았다.

녹색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의 미비함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즉시 사과했다"며 "신뢰가 단칼에 날아간 느낌을 받았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실수야 반복하지 않으면 되지만 문제는 과연 사회 각계의 의견 수렴에 있어 앞으로는 나아지리란 믿음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녹색위 주최로 개관한 녹색성장체험관을 보면 앞으로의 소통과 의견 수렴 의지여부는 더욱 헛갈린다.

녹색위는 그동안 다른 주요 이슈에 대한 결정과 사회 공론화 방안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아직 때가 아니다"고 말한 것에 반해 체험센터에서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심의 조율하는 모습이나 사회 각계의 합의를 이뤄가겠다는 의지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녹색성장 체험센터에서 동선 상 맨 처음 볼 수 있는 것은 IPTV다.  IPTV의 경우 드라마를 시청하며 바로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브로슈어 광고용지 절감, 교통비 절감 등의 이유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설명돼 있다.

4대강 사업 역시 녹색성장을 위한 멈출수 없는 계획이란 슬로건과 함께 소개돼 있다.

무엇이 정답인가를 논하기 전에 아직 사회 논란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부분을 녹색성장에 포함시켜 알리고 있는 점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인지 쉽게 믿기 힘들다. 

심지어 학계의 한 관계자는“새마을운동 하듯이 계몽주의적으로 녹색성장을 홍보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녹색위가 앞으로 남은 긴 여정 동안 정부 홍보기관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고 정부정책에 대한 심의, 조율기관이자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자기 역할을 잘 지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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