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와 협상과 별도

브라질이 볼리비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조치와 관련한 협상과는 별도로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철수를 추진할 뜻을 나타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비동맹회의 참석을 위해 쿠바를 방문하고 있는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전날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조치로 기업활동이 제한 받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페트로브라스는 철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링 장관은 그러나 “페트로브라스가 볼리비아 내에서 계속 활동할 것인지 여부와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출가격 인상 문제 등에 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협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볼리비아 정부 내에서도 자국 내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유화 방침은 유지하되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 지분과 영업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추진할 뜻을 나타냈다.

 

카를로스 빌레가스 신임 볼리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유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볼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의 영업활동은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그러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의 투자 지분에 대한 권리가 충분히 인정될 것”이라며 국유화 선언 당시보다 크게 후퇴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계획이 중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5월1일 발표한 국유화 포고령을 통해 자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YPFB가 에너지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전면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 같은 방침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은 볼리비아를 떠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방침은 사실상 최대 규모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13일에는 볼리비아 정부가 자국 내 페트로브라스 보유 정유시설에 대해 사실상의 몰수를 의미하는 국유화 이행조치를 발표하자 브라질 정부는 천연가스 수출가격 협상을 위한 정부 대표단의 볼리비아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국제중재재판소 제소 의사를 밝혔다.

 

볼리비아의 국유화 이행조치는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반발로 발표 이틀만에 유보됐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의 신뢰관계가 상당 부분 손상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특히 브라질이 지난 1996년 이래 10여년간 볼리비아 에너지 산업에 15억달러를 투자해 왔으며, 페트로브라스가 볼리비아 전체 천연가스 및 가솔린과 디젤유 생산량의 46%, 대(對) 볼리비아 외국인 직접투자의 20%, 국내총생산(GDP)의 18%를 맡는 최대 규모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페트로브라스의 철수가 이루어질 경우 볼리비아로서는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브라스는 볼리비아 내 에너지 산업에서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이웃 아르헨티나 천연가스 유전 공동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볼리비아 정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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