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협회 91개국 합의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시대 열어

[이투뉴스 손지원 기자] 내년 10월 코펜하겐에서 발효될 새로운 ISO 26000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이는 경영변화의 파도가 국내에도 전해지고 있다.

ISO의 경우 아직 발효 1년을 앞두고 있는 데다 법적 의무사항이나 강제조항도 아니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의 경우 해외수출시장의 변화를 일찍 감지하고 7~8년 전부터 지속가능한경영(S.M) 핵심부서를 만들었으며 하이닉스 반도체 역시 2~3년 전에 기업의 사회책임 영역이 보다 확장되고 있음을 느껴 독립부서를 만들었다.

기존의 ISO 9000, 14000의 시대에는 핵심부서를 따로 꾸리지 않고 환경안전과나 경영관리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맡아서 하던 것에서 현재는 ISO 26000를 앞두고 광범위한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온 것이다.

과연 1년을 앞둔 이 새로운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고 국제시장의 흐름과 국내 기업의 긴장감은 무엇인지 파악해 봤다.

1. 동기 [국제시장의 움직임]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도로 'ISO 26000'의 탄생
비윤리적인 제품 생산과정이 기업 재정적 손실에 직격타

미국 의류회사 GAP은 티셔츠 한 장 때문에 25%의 주식 폭락을 경험했다.

원인은 하청업체 중 한 곳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인도에서 유아노동을 시킨 사실이 한 NGO 단체의 사진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GAP의 입장에서는 하청업체에의 과오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이 입을 티셔츠가 인도의 유아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지갑을 닫았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브랜드이미지의 타격으로 이어졌고 결국 생산과정에서의 비윤리적 행동은 재정적 손실로 이어졌다.

GAP 뿐만이 아니라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각종 미디어와 소비자단체들로부터 부각되자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제품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 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생산과정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가 컨설팅 업체에의 문의가 높아졌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인 ISO는 10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와 달라지는 기업의 경영현실을 담은 새로운 표준화 규격 ISO 26000을 만들어 내년 코펜하겐에서 발효할 예정이다.

2. 내용. [무엇이 달라지나]
ISO 9000, 14000를 아우르는 범위 확장, CSR->SR로

이번 새로운 지수는 단순히 기업사회책임(CSR)이 아닌 사회책임(SR)으로 기업을 의미하는 'C'에서 벗어나 사회전반으로 적용범위를 확장시킨다.

그렇다면 이 점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지속가능한 경영상태의 기업을 판단하기 위해  크게 E(환경) S(사회책임) G(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틀을 정했다.

이 틀은 ISO만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범위에서 지난 30여년 동안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계속돼 온 ‘사회개선운동’의 흐름을 압축한 셈이다. 먼저 UNEP가 설립한 기업의 CSR 보고서 발행운동, OECD 투자위원회에서 주도한 사회책임투자운동, UN에서 벌인 세계기관투자자들의 합심으로 만들어진 ‘책임투자원칙’ Globla Compact, 소비자단체를 주도하는 COPLOCO와 모두 손잡고 ISO 26000이 완성됐다. 

즉 이 기준은 ISO에서 만들었지만 그 안에는 국제 소비자단체, 투자자단체, 환경단체 등이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움직임에 대한 윤리적 근거 마련을 위해 똘똘 뭉친 셈이다.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선택,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모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이 인증의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이전의 것과는 비교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 - 환경 안에는 기존 ISO 14000의 기준이 녹아 있다. 14000의 인증에 기후변화 기여도가 강화된 상태다. 그 내용은 규정을 따르는 것보다는 기후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과 추진 방안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여 주면 된다.

S - 이해관계자들(ISO에서는 이를 Stock horder라 칭한다)에 대한 처우에 주목해 인권, 성 평등, 노동, 소비자, 주주, 지역사회 공헌도 등 각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누구이고 경영에 있어 어떻게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가를 두고 경영 신뢰를 측정한다.

G - 지배구조로 이사회의 구성비율과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을 관찰해 의사소통이 공정하게 이루지는가, 그러한 틀을 가지고 있는가 보겠다는 것이다. 즉 회사 내 회의 탁자에 'Yes 맨'만 있지 않도록 의사소통 수단의 민주적 절차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돈만 주면 ISO 인증을 딸 수 있던 시대 지나

한국의 경우 이전 ISO 인증기관 선정이 허가제 아닌 신고제로 돼 있어 누구나 전문가와 자본금만 있다면 뛰어들 수 있는 상태라 해당 회사를 한 번도 방문하지도 않고 인증기관에서 도장을 찍는 등 돈 거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인증의 신뢰도가 낮아진 바 있다.

그래서 ISO에서는 기존의 9000과 14000이 인증기관으로부터 체크리스트에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진행됐다면 26000부터는 검증으로 가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국내 반응은 그냥 권고사항으로 보다 간소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지만 검증을 받는 과정에 주목하겠다는 점에서 ISO 26000을 획득할 수 있는 여정은 더 길고 복잡해질 예정이다.

ISO는 도장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 '검증'으로 옮겨가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계획된 검증 과정은 모두 세 단계로 1. 자기선언 2.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을 규정하고 그들로부터 어떻게 ESG에 대한 검증을 받았는가 3. 제 3자를 통한 검증이다.

예를 들면 국제시장에서 A와 B 기업이 업무제휴를 맺을 때 A기업 스스로가 ISO 26000의 기준들을 모두 준수하고 있다는 자기선언을 하고 B기업이 그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경우 그것을 증명해 줄 이해관계자들에게 검증을 받은 후 마지막에 그래도 신뢰를 얻을 수 없을 때 시민단체나 지역주민, 주요 소비층으로부터 국제표준을 지키고 있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제는 기업이 '도장'이 아닌 누구에 의해 어떤 근거와 방법으로 E.S.G를 지키며 상품을 생산하고 있느냐를 본다는 것이다.

3. [국내움직임]
기업들 "ISO 14000과 큰 차이 모르겠다" VS. 한국거래소 10월 SRI(사회책임투자지수) 발표

기업들은 새로운 인증의 시작에 대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미 ISO 14000 인증을 받기 위해 친환경 생산과정 요구를 국제표준에 맞췄으며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SM 즉 지속가능경영이란 부서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CSR 리포트를 매 분기마다 발간하고 있다.

즉 시장의 흐름대로 놔둬도 알아서 되고 있는 부분을 굳이 ISO가 나서서 새로운 지수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SM 부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만져지는 것 없이 큰 범위의 키워드만 던져놓고  방안과 이행은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건데 검증비용만 해도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이 든다"며 "국제시장 흐름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겠지만 별 차이 없는 새로운 지수를 얻기 위해 뛰어들라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 역시 "거버넌스(G), 지배구조의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의 속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인데 대체 어떻게 그것이 잘되고 있다 못된다를 국제사회가 평가하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기업들은 다소 냉소적인 반면 주식시장의 반응은 기업들 보다 훨씬 빠르다.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개혁센터에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SR(사회책임이행) 평가서를 토대로 다음달 SRI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배개혁센터의 경우 비영리 기관으로 에코프론티어와 연합해 ESG 지수를 한국의 기준에 맞게 소화해 지난 8년간 국내기업들을 평가해 온 노하우를 토대로 SR을 잘지키는 기업들을 선정, 한국거래소의 SRI지수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

또 세계기관투자자들이 모여 모두 6개의 협약으로  사회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UN PRI 및 UN Global Compact에 올해 7월 가입한 상태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지만 세계 증권시장의 SRI(사회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상당히 확장된 상태로 4000조원이 넘으며 국내에서 뛰어든 SRI 투자규모는 모두 2조9000억원으로 국민연금에서 9500억원, 사학연금이 약 200억원을 사회책임투자로 운영하고 있다.   

국외 증권시장과 국내 상황이 SRI 펀드 규모를 늘린다는 것은 앞으로 주식시장에 있어서 기업의 재무적 수익 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영향이 고려될 것이라는 변화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