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국제표준화기구) 기업이행방안 실무자 마틴 노리터 좌장과의 일문 일답

 

▲ iso 기구 내에서 기업의 사회책임(sr) 이행방안을 맡고 있는 마틴 노리터 좌장.
[이투뉴스 손지원 기자] "ISO 26000은 자선사업가나 세계를 환경재앙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제조항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행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ISO세계표준화기구에서 기업의 SR(사회책임) 이행방안을 담당하고 있는 마틴 노리터(Martin Neuriter) 실무대표가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국내 대기업 CSR(기업의사회책임) 담당자들에게 모두 8시간 동안 ISO 26000의 변화와 국제시장의 흐름에 대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ISO 26000은 89년 국제품질표준 기준 ISO 9000, 2000년 국제환경표준기준 ISO 14000 이후 내년 10월에 코펜하겐총회에서 발효될 '기업의 사회책임이행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공통된 기준'이다.

그 내용은 E(환경), S(사회책임), G(지배구조)라는 세가지 대분류로 기업의 환경훼손, 인권과 노동환경, 성차별, 경영 결정 과정 등 전반의 사항을 검증하는 윤리규정을 담고 있다.

이때 검증은 NGO나 소비자를 비롯한 기업환경을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ILO, COPLCO(소비자기구), UN PRI(사회적책임투자), UNEP 등 국제기구와 사회책임의 강화라는 목적을 같이 하며 그 영향력이 발효 전부터 확대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에서는 지속가능한경영이라는 개념으로 부서를 만들어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 변화의 규모가 방대하고 추상적이라 충분한 논의과정과 한국형 E.S.G 기준을 만드는 숙제가 남았다.

이날 <이투뉴스>는 마틴 ISO기업이행방안 실무대표를 만나 발효 1년을 앞둔 ISO 26000의 영향력과 현실적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 ISO 26000. 우선 검증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모호하다. 기업들 입장에선 14000까지만 받고 말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동칫솔 하나에 들어가는 수백 가지의 부품은 전세계 협력업체에서 만들어진다. 제품 하나에도 몇 백개의 기업이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단지 시장 소비자들의 요구, 미디어의 힘이 강력해지며 생산과정의 윤리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명하게 해나가야 하겠는데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하게 되면 수백가지의 협력업체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로서는 끝이 없는 노력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가 공통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그것을 지키자는 것이다. 굳이 이 검증을 받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세계 시장의 흐름이 소비자들과의 신뢰구축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의류회사 GAP의 경우 티셔츠 한장으로 25% 재정 피해를 봤다. 이유는 하청업체의 하청업체가 인도에서 유아노동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며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예는 많다. 만약 한국의 S기업이 유아 노동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면 글로벌 기업의 경우 리스크를 안고 가면서까지 S회사 부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의 부품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은 법적 패널티는 없지만 시장에서의 패널티가 서서히 강력해질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한 기업의 제품 하나에 연관된 협력업체만도 수백 곳이다. 그 모든 생산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

-> 일본 소니는 비디오카메라 하나를 만드는데 247개의 협력업체와 손잡고 있다. 헌데 이 26000에 대비해 그 모든 협력업체들을 자비를 들여 기준을 충족시키게 하고 지배구조에 있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후 수출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미칠 손해가 지금 당장 검증을 포기하고 가는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경영적인 관점에서 알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득인가에 따라 분명 상황에 맞게 기업이 선택하는 문제다.

- 대기업들은 이미 CSR 리포트를 발간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소비자들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굳이 새로운 기준에 맞춰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하는 이유는 뭔가.

-> 많은 회사들이 이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목적 자체가 투명한 생산과정 공개라기 보다 홍보와 광고에 가깝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체 제작할 것이 아니라 PR 에이전시에 가는 것이 낫다. 리포트 자체는 한 방안에 불과하고 기업이 주변의 이해관계에 대한 분명한 파악을 하고 있고 그들과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내고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 받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보여달란 것이다.

- 기존의 인증은 검사기관의 문제가 많았다. 돈 주고 인증을 산다는 이해관계도 형성될 정도다.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통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사람과 돈 거래하게 되는 건 아닌가.

-> 모든 기관을 세계 한 기관이 관찰할 수도 없는 일이다. ISO는 어떤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거나 룰을 가진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온실가스를 얼마 줄여라라고 구체화된 게 아니라 개념적인 프로세스 자체가 제대로 수행이 되고 있는지 그러한 과정 검증, 이행상황 검증이다.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결과로서 CO₂가 얼마나 배출됐는가 검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증이 아닌 검증으로 분류된 것이다.

- 국제적 합의라는 게 좋긴 하지만 개념적 분류로 자발적으로 하라는 미명 아래 기업들에게 다 던져 놓는 것인데 가이드라인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닌가.

->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존에 여러분이 접했던 ISO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 9000을 만들었던 건 30개 국가였고 이번 26000에는 91개국이 머리를 맞댔다. 그 내용자체도 검증이란 컨셉을 잡기도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차이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다. 모든 건 오늘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년 코펜하겐에서 발효 후 단계적으로 하나씩 국가가 자신의 체질에 맞게끔 기준안들을 구체화 시켜 나가고 적응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이전의 9000과 14000 역시 마찬가지였다. 품질표준인증의 시대 9000에 일본은 ISO 총회에 불참하는 등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후 수출시장에서 소니TV의 경쟁력에 영향이 오자 서둘러 인증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했다. 강제조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경쟁 매커니즘에 의해서 강화돼 가는 것이다. ISO 26000의 경우 WTO, UN, UNEP, 소비자단체 등 국제기구와 맞물려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며 영향력이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이것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것이 더 리스크가 큰가 스스로 판단할 몫이다.

 

ISO란 - 1947년에 생긴 전 세계 표준에 대한 총 집합 기구. 156개국이 가입돼 있으며 국제표준규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저작권료를 받는 형식으로 각국에 전파, 보급하고 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