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녹색의 꿈을 찾아 울릉도ㆍ독도를 가다
[특별기고] 녹색의 꿈을 찾아 울릉도ㆍ독도를 가다
  • 이혜린 기자
  • 승인 2009.09.09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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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이투뉴스/특별기고] 에너지관리공단과 울릉군은 울릉도에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해 에너지를 완전 자급자족하는 '그린아일랜드'로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지난달 17일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8월 17일부터 이틀간 울릉도와 죽도, 독도 등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와 에너지 시설을 둘러보고 온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이곳의 청정에너지 개발과 발전방향에 대해 느낀 바를 특별 기행문으로 보내왔다.


 

▲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4無 6多를 꿈꾸는 섬, 울릉도…결코 외롭지 않은 섬, 독도

4無 6多를 꿈꾸는 섬, 울릉도…결코 외롭지 않은 섬, 독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청마 유치환은 그렇게 노래했지만, 울릉도는 생각처럼 절해고도의 외로운 섬이 아니다. 3100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섬 중에 여덟 번째로 큰 이 섬에는 1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한해 22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섬 안을 달리는 자동차만 해도 3000대가 넘는다.

동해 황금어장을 품고 있는 어업의 전진기지이자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천혜의 관광지, 그리고 국토의 자존심인 독도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동단(東端)의 보루. 묵호항에서 뱃길로 3시간을 달려 발을 내디딘 울릉도의 첫 인상은 이렇게 활기찼다.

하지만 지금 울릉도는 한층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지난달 17일 울릉군과 에너지관리공단은 울릉도를 ‘그린 아일랜드’로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하고 이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린 아일랜드란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녹색에너지기술의 활용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섬을 말한다. 

그린 아일랜드의 시발점은 덴마크의 삼소(Samso)섬이다. 전력수요의 10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 난방의 70%를 태양에너지와 바이오매스로 사용하는 이 섬은 현재 녹색에너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삼소섬도 지난 1997년 전까지는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육지에서 들여오는 평범한 섬이었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섬 주민과 시민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불과 6년 만에 삼소섬을 그린 아일랜드로 바꿔놓은 것이다. 

울릉도의 현실은 97년 이전의 삼소섬과 비슷하다. 경유 발전기로 생산하는 전력과 보일러 등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이 울릉도의 주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울릉도를 그린 아일랜드로 만들겠다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지는 대단하다. 군청을 방문한 우리 일행을 맞이한 정윤열 울릉군수는 “우리나라에서 울릉도만큼 좋은 조건을 지닌 곳이 또 어디 있느냐”며 그린 아일랜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울릉도는 바람이 많을 뿐 아니라, 평균풍속이 초속 5.5m로 빠르고 풍향도 북동풍과 남동풍이 대부분으로 일정해서 풍력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1만kW 용량의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산술적으로는 1MW급 대형 풍력발전기의 10대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지금 울릉군에서는 섬 곳곳에서 바람 현황을 조사 중인데, 이를 바탕으로 풍력발전의 적정 규모와 최적의 조건 등을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울릉도는 섬인데도 하천 수량이 풍부해 소수력 발전의 가능성도 높다. 명품한우로 자리매김한 울릉 약소도 700마리나 있어 축산폐기물을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폐기물, 태양광, 태양열, 해양에너지 등 잠재적 에너지원들이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녹색에너지기기의 보급도 그린아일랜드로 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기존의 가로등이나 집어등을 효율 높은 LED조명으로 교체하고 섬 안의 건물에도 단열강화, 자연채광 등 패시브(passive)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소비는 근본적으로 줄어든다. 유류 보일러도 펠릿 보일러와 같은 친환경 기기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울릉군 서면의 한 가구는 석유보일러를 나무로 만든 펠릿보일러로 교체해서 연료비를 30% 가량 절감하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경사가 급한 울릉도에서는 오토바이 엔진을 사용하는 농사용 모노레일 운송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전기모터로 교체하고 풍력발전으로 충전한 배터리를 이용하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섬 지형 특성에 맞게 전기자동차, 전기자전거를 주요 운송수단으로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시설과 녹색에너지 기기의 활용을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도서지역인 만큼 태풍이나 풍랑의 피해도 감안해야 하고,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은 그린 아일랜드화 작업 청사진의 단초는 울릉도 도동항에서 7km 가량 떨어진 작은 섬 죽도에서 찾을 수 있다. 

▲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죽도의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죽도는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처럼 보이지만 수직으로 만들어진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면 놀랍게도 아름다운 평원이 펼쳐진다.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은 울릉도의 명물 삼선암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섬 둘레를 따라 난 산책로와 아기자기한 설치예술작품, 그리고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더덕밭의 풍경도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섬 속에 작은 섬이다 보니 에너지사정은 더욱 빠듯한데, 지난 2004년에 시범설치된 10kW급 소형 풍력발전기와 같은 용량의 태양광발전기가 큰 몫을 한다. 우선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강해 나가면서 LED가로등 설치와 같이 섬 사정에 맞는 그린 아일랜드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1가구밖에 없는 죽도 주민인 김유근씨도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시설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조금 더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죽도가 시범적 사업의 장이라면, 우리 국토의 자존심인 독도는 보다 본격적인 사업의 장이다. 현재 독도에는 독도경비대원들과 독도관리사무소 및 등대 관리직원, 어민, 취재차 지난해 들어온 지역 일간지 기자 등이 상주하고 있다. 독도를 찾은 8월 18일은 마침 사이버독도사관학교의 체험캠프에 참여하는 반크회원 50명도 이곳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이들과 함께 선착장에 내려서자 절해고도처럼 보이던 이 작은 섬은 일순간에 활기를 띠었고, 결코 외롭지 않은 섬 독도의 웅장한 선이 가슴 가득 다가왔다. 우리 휴대전화가 되는 곳이 한국 땅이라는 어느 통신회사의 광고처럼 독도에 더 많은 우리 국민들이 머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된다면 독도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에너지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디젤 발전기로는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기도 버겁다. 발전기를 계속해서 들여놓을 수도 없다. 땅도 없거니와 천혜의 청정지역에서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늘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의 활용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 아름다운 독도의 전경.

우리가 독도에 도착했을 때 동도 등대에서는 기존의 태양광발전장치를 더 좋은 기기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단은 현재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등대와 다른 옥상 등에 신재생 발전시설을 설치해 올해 안에 태양광 발전용량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계획대로 설치가 이루어지면 발전용 경유의 사용이 20% 가량 줄어들 것이며, 그만큼 매연과 소음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추가 설치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존의 건물들과 선착장, 이동통로, 계단 등의 구조물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다. 더구나 그 효과는 기존의 화석연료 대체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질 것이다.

늠름한 우리 경비대원들과 구내에서 식사를 하고 자그마한 선물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바라본 독도는 거친 파도를 맞으면서도 동해바다 끝에 의연히 솟아 있었다. 경비대 건물 옆에서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 서 있던 빨간우체통이 유난히 기억에 새록새록 떠올랐다. 독도를 좀 더 가까운 섬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영토수호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답은 녹색에너지에 있었다.  

고유가의 시대, 기후변화협약의 시대, 먼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울릉도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에너지기술은 지역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청정한 울릉도의 이미지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 시설 자체가 좋은 관광거리가 되어 또 다른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순환고리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신재생에너지원을 찾고 이를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일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앞으로 울릉도 내 전체 주택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수요 및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각 주택별로 소형풍력, 태양광, 태양열, 펠렛보일러 등 적합한 신재생에너지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적용 가능한 녹색에너지기술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울릉군청과의 협의를 통해 실제로 이런 시설들을 보급할 단계적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녹색에너지시설의 설치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예로부터 도둑, 공해, 뱀이 없고,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아 3無 5多섬이라 불리는 울릉도. 이제 울릉도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없고 청정에너지가 무한한 4無 6多의 섬이 될 날을 꿈꾸고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울릉도는 그린 아일랜드로 가는 천리길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아름다운 섬 울릉도, 그리고 우리의 독도. 이곳에 크고 작은 풍차들이 바닷바람에 돌아가며 장관을 이루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육지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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