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기상청 기획재정담당관

김영신
기상청 기획재정담당관
[이투뉴스/칼럼] 48위, 49위, 51위, 41위. 이 숫자는 독일의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Germanwatch와 Climate Action Network Europe가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로 각 국가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정도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이 최근 4년간 받은 성적표이다.

이 순위의 의미는 지구촌의 1%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로서 총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2006년은 53개국, 2007년과 2008년은 56개국, 2009년은 57개국에 달하는데 그러한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2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서열로 한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CCPI는 2005년 몬트리올 11차 UNFCC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기후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전문가들에게 소개되었다. CCPI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지침서에 따라 개발되었으며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의 차별화된 상황을 3범주, 즉 1인당 배출 추세(emissions trend) 비중 50%, 배출 수준(emissions level) 비중 30%, 기후정책 비중 20%로 나누어 평가된다.

전년도의 1인당 배출 추세는 4개의 경제적 분야 즉 에너지, 교통, 주택과 산업 등에서 배출량 추세를, 배출 수준은 한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즉 1인당 주(primary) 에너지 소비, GDP 단위당 주 에너지 소비, 주 에너지 소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한다. 또한 한 국가의 국제적인 기후정책은 물론 국내 정책을 평가한다. CCPI에 사용된 데이터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제공하였으며 기후정책은 30명의 국제 기후보호 전문가에 의해 평가된다.

CCPI는 지구촌 많은 국가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축에 대한 노력을 특별히 보상하지만 높은 수준에 있는 국가가 배출량을 줄이면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추락하던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이 2008년을 최저점으로 하여 2009년 성적은 51위에서 41위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운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녹색성장정책은 국가성장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추진해온 많은 정책들이 추동력을 얻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 IPCC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25~40%를 감축시켜야 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설정한 감축목표는 IPCC가 권고하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4~8%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이며 세계적으로는 11위인 배출국가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 더구나 이 목표가 국민적이며 국제적인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여 설정된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결정과정에서 변경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Germanwatch와 CAN-E는 CCPI 2009 보고서를 통하여 금은동 메달을 받을 정도로 만족할 만한 국가가 없다는 이유로 1, 2, 3위는 공란으로 남겨 둘 만큼 다른 선진국들도 아직은 녹색성장에 관한한 초보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녹색정책은 목적지를 정했을 뿐 어떻게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준비단계라 할 수 있어, 정부 주도만 있을 뿐 민간의 호응은 아직 적은 편이다. UNEP(유엔환경계획)는 “지금까지 한국경제 50년이 1960년대 ‘경제성장 5개년계획’에 따른 양적 성장이었다면 향후 50년은 ‘녹색성장 5개년계획’을 통한 질적 성장이 될 것”이라며 녹색성장 정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목표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의 녹색비전이 경제 사회 환경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녹색경제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확고하게 답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한국의 녹색성장 경제정책이 성공모델이 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와 기업 및 국민의 역량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 확산 방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면서 더욱 더 가시화되고 있다. 아무튼 최근에 일고 있는 녹색성장전략이 60년대 한강의 기적이나 90년대 후반의 IMF 사태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스며들어 국민 통합을 유도해 줄 것이라고 개인적인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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