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이투뉴스/양춘승 칼럼]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적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진국만이라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보다 80~95% 감축하여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이는 매년 4%씩 꾸준히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현실은 어떨까?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탄소정보공개(CDP)'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탄소 격차(carbon chasm)'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글로벌 100대 기업의 배출 감축 목표를 보면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즉, 100대 기업의 배출 목표를 보면 IPCC의 주장대로 연간 4%씩 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그 절반인 1.9%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래의 목표에 도달하려면 208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 중 27%는 감축 목표조차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니 그 결과가 심히 우려된다는 보고이다.

주지하듯이 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을 먼저 거친 서방 선진국이 보다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선진국의 기업들이 보다 더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그 정도의 노력으로 이번 코펜하겐 협상에서 개도국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 교토의정서에 의한 제1차 감축기간(2008-2012)에 얼마만큼 실질적 감축이 일어나고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만족스러운 정도일지에 대해서 예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 개도국들은 아직도 의무감축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Post-Kyoto 체제에 대한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려고 한다면 선진국은 보다 진지한 배출 감축 노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능력 배양(capacity building)을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개도국 편을 들자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만약에 온도가 올라가 생태계가 교란되면 그 피해는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모두에게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개도국 또한 모든 책임을 선진국에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최근 급격한 산업화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은 나름의 책임을 느끼고 나름의 감축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예외는 아니다. 정부 또한 2020년까지의 중기 목표를 설정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이상과 현실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100대 기업이 보이는 ‘격차(chasm)'는 자칫 각국의 감축 노력이 구두선에 끝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제약사회를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만 보고 정작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은 외면한다면 지금 세계 각국의 노력은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고 인류는 미증유의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불편한 진실’에 정면으로 맞붙어 재앙을 막는 행동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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