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조길영 교수
[이투뉴스 / 칼럼] 환경부가 2007년 9월에 입법예고한 바 있던 '물의 순환ㆍ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법명이 바뀌어 지난 6월에 국회에 발의되어 현재 국회환경노동위원에 계류되어 있다. 이렇게 법명이 바뀐 주된 이유는 새로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은 빗물의 침투·저류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의 재이용 문제에만 집중된 채 물의 '순환'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버렸다.

우리는 외국의 많은 나라들이 물을 얼마나 처절하게 이용하고 있는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플로리다주는 하수처리수의 52%를 재이용(연간 8억톤)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조경ㆍ관개용수 44%, 농업용수 19%, 지하수충진 16%, 공업용수 15%를 각각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하수처리수의 10%를 재이용(연간 6억2000만톤)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농업용수 48%, 조경ㆍ관개용수 20%, 지하수충진 12%, 공업용수 5%를 각각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지하수 충진에 상당량의 재이용수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 및 하천의 건천화를 막기 위한 물의 순환을 촉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하수의 고갈은 곧 지반침하로 인한 2차 오염을 유발하고, 기저유출량이 줄어 하천의 건천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로부터 원수의 약 60%를 수입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물이용 노력은 더욱 눈물겹다. 인구 450만 명에 서울시와 비슷한 섬나라인 상가포르는 물값을 올려달라는 말레이시아의 요구로 물의 순환 및 재이용을 촉진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연간 2300mm의 강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빗물을 모으는 저수지를 축조하였으며, 그 수량은 전체 이용량의 약 15%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하수처리수를
고도정화처리하여, 이를 다시 저수지로 보내 상수원수로 이용하는 수량이 하루 20만9000톤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이용수 용도별 구체적 실적을 살펴보면, 2007년 연간 64억9000만톤의 하수처리수 중 6억4000만톤을 재이용(9.9%)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하수처리장내 세척수ㆍ청소수ㆍ냉각수 등으로 재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억7000만톤은 하천유지 용수ㆍ농업용수ㆍ공업용수 등으로 재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물 재이용은 지극히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유감스럽게 빗물에 대해서는 이용실적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하수도법에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제21조)과 중수도(제26조) 규정이 있고, 수도법에는 빗물이용시설(제16조)이, 낙동강수계법에는 하·폐수처리수의 이용(제22조)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처럼 물의 재이용에 관한 규정을 각각의 개별법에 담고 있어 물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물 재이용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단일법 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경부가 지난 6월에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물 순환 및 재이용에 관한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진정한 물 관리에는 물 순환고리의 가장 주요한 부문인 빗물과 지하수에 대한 부문이 포함되어야 한다. 빗물의 저류 및 침투는 도시의 상습 침수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청정 지하수의 이용 및 보전에 필수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빗물과 지하수 관련 부문이 반드시 포함되어 법명도 '물의 순환ㆍ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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