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세계적으로 유전 탐사와 발견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이 탐사 투자를 저하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탐사가 줄어들 경우 결국 원유 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석유 업계는 원유가가 6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시추에 필요한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고유가 이익, 석유 채굴탐사 붐으로 이어져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석유 산업은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10여년 전부터 투자한 석유 탐사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올해 다섯개 대륙에 걸쳐 대규모 원유 매장지를 발견하면서다. 또 고유가 시대에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업계는 원유를 더 많이 시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엑손 모빌과 같은 국제적 대형 정유사부터 툴로우 오일과 같은 소기업까지 유전 발굴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만 200개가 넘는 유전이 북부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 호주, 이스라엘, 이란, 브라질, 노르웨이, 가나, 러시아 등 다수 국가에서 발견됐다.

BP는 멕시코만 대형 유전 발견 이후 가장 큰 심해 매장지를 시에라리온 지역에서 발견했다고
이달 발표했다. 비교적 작은 석유 탐사 회사인 헤리티지 오일도 북부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 20억배럴이 넘는 원유 매장지를 발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해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배럴이 매장된 유전을 발견하는 것이 보통이나, 올해 성적은 어느 때보다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IHS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만 통틀어 100억배럴에 이르는 유전이 발견됐다. 유전 개발이 현재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유전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협회는 내다봤다.

최근 멕시코만 심해저에서 새로운 유전을 발견한 BP는 이 유전이 1년간 미국내 원유 소비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론상 40억~60억배럴의 원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셰브론의 바비 라이언 글로벌 탐사부 부회장은 "30년간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멕시코만은 사해로 불렸었다"며 "그러나 멕시코만은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하락, 경기 침체…탐사 투자 의욕 저하

석유 업계는 발굴 작업이 그 어느 해보다 활발하다해서 여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가 원유 탐사로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지도 모른다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원유가는 배럴당 34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약 2배 상승한 70달러에 안착해있다. 그러나 침체된 세계 경제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경우 원유가는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수년간 기록적인 수익을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 경영자들은 미개발 유전을 발견하기 위해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가가 다시 하락할 경우 탐사 계획이 더뎌지고,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OPEC 국가들의 투자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탐사 활동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에서는 자금 위기로 최근 석유 채굴 탐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 탐사와 채굴 활동이 지난 1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채굴 가능한 광구가 발견됐지만 78%가 떨어진 22%만이 채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딜로이트의 드릭 헨더슨씨는
"영국 대륙붕 지역에서 개발작업이 줄어든 것은 기업의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이며, 이는 광구 개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 회전에 따른 여유자본 확보가 영국 대륙붕 석유 개발에 무엇보다도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 절감과 기술력이 '열쇠'

석유 탐사 비용은 최근 몇년간 증가했다. 강철 가격부터 시추 장치를 빌리는 비용까지 2배 이상 증가하면서다. 그나마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최고 높았던 비용보다 15~20% 떨어졌다고 석유 회사 경영자들은 추산했다.

석유 탐사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심해층 유정을 개발하는 데 1억달러까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유전을 발견하고도 시추작업을 늦추는 회사들도 있다.

업계에서는 원유 수요가 아직 미진하고 유가가 오르지 않아 기업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자 탐사 비용을 절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기술력 확보도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정유사인 ENI의 파올로 스카로니 최고경영자는 "오늘날 석유 탐사에서 가장 큰 발견은 기술이다"고 말했다.

석유 업계에서는 세계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르고 생산량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있다. 이들은 땅 속에는 아직도 엄청난 양의 원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심해저에는 발견하고 시추하기에 어려운 유전이 있는데, 이를 개발하는 데는 비용 투자와 기술력이 요건이라는 보고 있다.

이달 베네주엘라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스페인 정유사인 렙솔은 뚫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셰일암을 뚫고 천연가스를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현존하는 유전에서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또 캐나다의 타르 샌드나 베네주엘라의 중유와 같이 새로운 원료를 통해 석유를 뽑아내는 방법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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