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 사업청산 협약 준비 … 등돌린 北 입장 고수

북핵 문제의 해결점으로 제시된 9.19 공동성명이 19일자로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제공하기로 했던 경수로 건설은 아이러니하게 막바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또 다시 무기한 답보상태에 빠져든 남북 원자력 에너지 외교의 하루를 살펴봤다.  

 ◆함경남도 신포군 ‘금호지구’

동해바다를 등 뒤로 3년 가까이 멈춰선 크레인에 을씨년스럽게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난 6월 KEDO는 집행이사회를 열어 대북 경수로 사업의 완전 종료를 선언했다. 북한과 경수로공급협정을 체결한지 10년 6개월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올 초 현장을 지키고 있던 잔류인력들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서둘러 금호지구를 빠져나왔다. 이들은 숙식을 해결하던 사택은 물론 트럭, 크레인, 냉장고, TV까지 그대로 두고 철수했다.

이로써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한다는 조건하에 2003년까지 한국표준형 원전인 1000MW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한다는 제네바합의는 완전 수포로 돌아갔다. 물론 실질적으로 공사가 중지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2년말 ‘제2차 북핵위기’ 때다.

당시 금호현장은 플랜트 공정률은 34.5%. 발전소의 3분의 1의 외양을 갖추던 시점에서 북한원전 건설사업의 주계약자였던 한국전력은 씁쓸함을 뒤로 한 채 금호지구를 등져야 했다. 총 46억불이 투입될 예정이던 경수로 사업은 15.6억달러를 고스란히 북에 남긴 채 무기한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한국전력 본사 KEDO원전사업처 사무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KEDO사업처 직원들이 더욱 분주해졌다. 곳곳에서 사업중단에 따른 ‘비용손실’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수로사업이 원칙적으로 종료됨에 따라 10년 가까이 존속돼 온 이 부서는 곧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박종학 KEDO원전사업처 사업총괄팀장은 “현재 집행이사국간 사업종결방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면서 “10월말 이전에 사업종료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EDO와 한전간 경수로 기재재 처리에 대한 방안까지 확정되면 경수로 사업은 청산절차를 밟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는 “주계약자 입장에서 상당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있었는데 안타깝다” 며 “현장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인력만 남았을 때도 ‘언젠가는 재개되겠지’ 하는 기대를 차마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원전 건설사업은 애초부터 바람 잘 날 없는 나무였다. 북핵 문제가 최초로 제기된 2002년 10월부터 정상적인 공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해 이듬해 12월부터는 아예 사업이 중지됐다. 지난해 11월까지 한전은 중단된 공사현장을 보존하는 업무만 진행해야 했다.

원전사업처의 한 관계자는 “워낙 기반시설이 잘 완비돼 금새 본 공사가 마무리 될 듯 했지만 그때마다 일이(북핵사태가) 터졌다” 면서 “민족의 공동 번영이란 명목으로 추진되던 국가적 사업이 국제정치 논리와 북한의 비협조로 뜻을 이루지 못해 실무자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경수로가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북한은 전체 에너지의 수요의 1/3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귀중한 에너지를 보상받는 셈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계속해서 악수를 뒀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에 이어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2002년 핵개발 인정, 2003년 NPT 탈퇴, 2005년 핵보유 선언, 그리고 올해 미사일 발사까지 ‘핵폭탄’과 ‘핵발전소’를 양손에 든 북한의 외줄타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지난해 베이징 6자회담시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핵개발 포기를 천명함으로써 대북 경수로 재개를 약속받은 북한은 지금도 6자회담에 불참하면서 공동성명 1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위조지폐문제와 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면서 남북은 또다시 냉각기를 맞고 있다. 

“언젠가 다시 사업이 재개돼서 금호지구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섰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고 북측의 경제 여건을 감안해서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 9.19 공동성명을 하루 앞둔 18일 북한을 수차례 다녀왔다는 원전사업처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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