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산정 투명성’ 공방 … 대안 논의는 뒷전

요금 산정체계 및 판매량 차이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8일 열린 ‘도시가스 서비스 개선방안 공청회’가 상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비롯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의 시민단체는 이날 도시가스 요금 산정체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한데 대해 도시가스사측은 이미 현행 체계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보공개·소비자 참여’ 요구 이어져

황인호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위원은 18일 열린 ‘도시가스 서비스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요금 산정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관련정보를 공개하고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요금은 환율과 유가만 공개할 뿐 산정절차 및 적정투자보수에 대한 공개는 전무한 상태이며, 소매요금은 시·도에서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황위원은 이에 “공개할 자료의 범위 및 공개방법 등을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도매요금 심의위원회와 시·도 물가대책위원회에 소비자단체가 3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요금 산정과정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도시가스요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또한 황위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위원장은 현행 요금 산정체계의 문제점으로 ▲투명성 결여 ▲적정성 결여 ▲물가심의의원회 역할의 한계 ▲일부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 등을 꼽았다. 이위원장은 “서울시의 경우 여러 번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관련자료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을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요금 산정체계의 적정성을 논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위원장은 “요금 산정 절차상에 근거자료와 내용의 공개를 명문화하고 최종 요금결정시에 공청회 등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성천 한국소비자보호원 거래개선연구팀장도 개선해야 할 도시가스 서비스 항목으로 정보공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도시가스사 “이미 높은 수준의 투명성 확보”

이에 대해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업무팀장은 “전기, 수도 등과 같은 타 공공서비스 제공업체의 원가자료를 알 수 없는 현 실정에 비춰볼 때 도시가스사는 높은 수준의 투명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팀장은 “도시가스의 공급비용 산정 즉 원가 산정은 공인된 회계법인에서 검토, 작성해 그 보고서가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도시가스회사는 관계법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회계처리와 외부감사를 받고 있으며, 공시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고 도시가스사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도시가스사 - 시민단체 대립각 여전

이날 공청회는 시종일관 도시가스사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자리로 진행됐다. 토론 말미에는 도시가스사 관계자와 시민단체측 참석자 간에 다소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대순 운영위원장은 “판매량에 대한 통계자료가 정부, 지자체, 도시가스사마다 각각 달라 신뢰할 수 없다”며 “이에 도시가스사가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는 가스요금도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위원장은 또 “항간에는 도시가스사와 산자부가 한통속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며 “행정기관인 산자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 앉아 있던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자꾸 부당이득 금액이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얘기가 나오는데,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발표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은 또 “전체요금 중 도시가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요금 인상의 주원인은 원료비에 있는데, 도시가스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위원장은 이에 “이 문제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지적된 것인데,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도시가스사의 지역 독점권 해체 운동으로까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온압보정계수 등 대안 논의는 뒷전(?)

요금 산정체계의 투명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 반면 온압보정계수 및 정산제에 대한 논의는 깊이 다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날 ‘가스 판매량 차의 대처방안’을 발표한 박경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공학박사가 현재 연구중인 온압보정계수의 실제 적용방안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박사에 따르면 보정계수에 적용될 지역별 평균온도는 계량기가 실외에 설치된 경우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실내에 설치된 경우는 내부온도와 외부온도의 차이를 감안해 산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아울러 온압보정기 설치방안에 대해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데 5년 이상이 소요되고 온압보정에 따른 소비자 이익에 비해 설치비가 과다하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최병선 전국아파트연합회(이하 전아연) 사무총장은 “온압보정계수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정확성도 확신할 수 없다”며 온압보정기 설치를 촉구했다.

한편 산자부는 ‘제한적 사후 정산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임형진 산업자원부 가스산업팀 사무관은 “추정소용비용과 실제소요비용 차이에 대한 사후 정산을 실시하면 도시가스회사의 예산절감 노력분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진다”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후 정산을 실시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사무관에 따르면 사후 정산제도가 도시가스회사의 예산절감 유인을 감소시켜 예산집행이 방만해지는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아연 ‘도시가스사 상장 폐지 · 감독위원회 설치’ 파격 주장

한편 전아연은 도시가스회사의 상장을 폐지하고 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최병선 사무총장은 “도시가스회사가 상장하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영리행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도시가스회사의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총장은 “도시가스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도시가스를 국민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정한 조건에 미달한 업체는 퇴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에 업계와 학계, 정부 및 소비자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도시가스회사를 감독할 도시가스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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