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원금 요청…선진국 경제후퇴로 돈 마련 어려워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재정지원 문제가 최종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개발도상국들의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도입을 돕고 가뭄과 해수면 상승 등 경제적 빈국들이 지구온난화로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정지원이 협상타결의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이자 화석연료 대소비국인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은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들의 참여가 협약의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협약에서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액수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1조달러까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인도와 브라질 등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이 산업화를 진행하는 동안 비싸지만 깨끗한 에너지 기술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5년부터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수요가 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제한하려면 개발도상국의 배출 증가량을 줄이는 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도국 "재정지원 없으면 협약 결렬"

개발도상국들은 신기술 도입에 선진국들의 재정지원이 없다면 코펜하겐 협약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번 협약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만장일치가 필요하다고 동의한 만큼 재정적인 지원을 협약 초안에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얼마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사항은 논의되지 않았다.

루이즈 알베르토 브라질 기후협약 협상대표는 "재정 지원에 대한 수준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라질의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충분치 않은 수준의 지원금은 협상 결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뉴욕에서 가진 UN 정상회담과 지난달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를 물리치기 위한 긴박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재정 지원에 대한 새로운 방안들이 제안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던 유엔의 적응기금(Adaptation Fund)이 사실상 빈껍데기라는 것이 최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기금은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취약한 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선진국들이 약속했던 기부를 이행하지 않아 예상만큼 지원액이 모이지 않았다. UN 적응기금은 현재 18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예상 규모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이 기금은 UN 탄소거래 시스템에서 판매된 탄소배출권에 2%의 세금을 매겨 생긴 금액과 부유국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모아질 예정이었다. 세금 2%는 2012년까지 최소 16억달러까지 만들어낼 수 있으나, 기부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이보 더 부어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UN 관계자들은 자금 조달에 실패했던 경험이 새로운 기후협약을 위험에 빠르리게 하는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보 더 부어 사무총장은 "재정지원은 협상의 아주 결정적인 문제다"고 강조했다.

◆경제후퇴로 지원금 마련 어려워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재정 지원에 크게 기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세계적인 경제후퇴가 이들의 주머니끈을 단단히 죄고 있다.

지난 9월 유럽연합은 선진국들이 연 330억달러에서 740억달러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공개했다. 여기서 유럽연합은 30억달러에서 220억달러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미 하원에서 지난 6월 통과된 기후법은 탄소배출 허가권을 경매로 거래하고 수익의 일부를 기후변화에 취약한 빈국들에 건네도록 했다. 그러나 최종 법안이 코펜하겐 회의 이전에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국가들은 기금 마련에 대한 새로운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덴마크 기후와 에너지부 장관이자 12월 코펜하겐 회담에서 의장이 될 커니 헤데가드는 연료 수송과 항공 운행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G20이 지원금을 빠르게 마련해 개발도상국들에게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릴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G20 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다른 형태의 지원금을 줄여 기후변화 지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인도 측에서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측 기후협상 대표자는 지난달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UN은 중국이 재정 지원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된다"며 "지구온난화는 선진국들이 그들의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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