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시범사업에 '산업발전 기여도' 배점… 수입사 '반발'

 

▲정부가 태양광 rps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국산 모듈을 우대키로 했다. 사진은 태양광발전소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이다. (기사와 관련 없음)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정부가 '바이코리아(Buy Korea)'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산 태양광 모듈 일색인 내수시장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수입사와 국산 제조사간의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18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약 3300억원(150MW) 규모의 '태양광 RPS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국산 모듈로 인증서 매매입찰에 참여한 사업자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외산 모듈에 빗장을 걸었다. 소극적이고 우회적인 보호무역이 가동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수입 모듈의 시장 독식현상이 심화되자 <본지 117호 1면 '中 태양광 전지판, 한국시장 절반 삼켰다 ' 기사 참조> "내수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RPS 때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당국자의 전언도 이번 조치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 제품을 차단하고 국산품은 우대하겠다는 건 아니다. 최근 선진국이 자국 산업발전을 고려하는 것처럼 우리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검토한 것 뿐"이라며 "이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첫 시장 개입 돌입 = 정부는 50MW, 70MW, 80MW 등으로 연간한계용량이 제한된 발전차액 시장이 조기 소진될 것으로 보고 시범사업으로 새로 창출될 150MW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화' 개념을 적용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의하면 시범사업의 운영규정이 될 '태양광발전 공급인증서 발급 및 매매에 관한 규정'은 인증서 판매자가 국내 산업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해 배점을 주도록 했다. 

기준대로라면 설비용량과 입찰가격이 낮을수록(각각 20점), 발전소 부지가 농지나 산지를 점유하지 않을수록(20점), 사업 진척이 마무리 단계에 가까울수록(20점)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계량평가가 가능한 이들 항목에 배정 평점은 모두 70점이다.

하지만 실제 당락을 좌우하는 평가지표는 따로 있다. 바로 30점이 배정된 '산업발전 기여도' 평가항목이다.

공단은 입찰에 참여한 사업계획서를 심의해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국내 태양광 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 ▶지역발전에 끼치는 영향 ▶신속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체계 구축 여부 등을 평가키로 했다.

겉으로 보기엔 기준이 다소 모호해 보이지만 국산품 여부나 고용효과, 사후서비스 등을 감안해 30점 이내에서 상·하한선 없이 심사위원 재량껏 평점을 준다는 의미다. 1~2점에 당락이 갈리는 입찰의 특성상 이 항목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매매계약이 체결돼 공사가 시작된 사업은 계획서에 기재된 모듈 이외의 제품으로 교체할 수 없지만 부득이 한 경우엔 국산품일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일면 이해가 가고 타당하지만 정부가 너무 노골적으로 국산품 몰아주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국내 한 모듈 제조사에서 직원들이 전지판을 생산하고 있다.

◆ 수입사 '비상' 국내제조사 '표정관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스템 공급업체와 모듈제조사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내수시장의 점령군'으로 군림하던 수입사들은 비상이 걸린 반면 발전차액 시장 축소로 의기소침해 있던 국내 제조사들은 표정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향후 2~3년은 RPS 시범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국내 모듈제조사 한 관계자는 "독일 등 유럽도 중국 모듈에 대항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반면 수입모듈사들은 '산업발전 기여도' 평가항목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N사 관계자는 "객관적 계량화가 가능한 다른 항목은 이의가 없지만 '산업기여도' 항목은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에 따라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데다 공정성도 보장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향후 불공정 시비를 없애려면 이를 반드시 계량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한 국산화를 원한다면 모듈의 국적이 아니라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전지나 부속품의 국산화를 더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모든 부품을 수입한 뒤 모듈만 국내에서 조립하는 업체에 가점을 주는 정책이 과연 산업화에 얼마나 공헌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산업화 평가항목의 계량화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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