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조명 '자원협력과 문화' ③] 북한 철도로 광산서 개성까지 옮기는데 성공

 

[이투뉴스 조찬제 편집위원] 통일부와 토지공사,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개성지역 주민 연료용으로 연탄과 석탄을 지원을 지원한 적이 있다. 처음엔 연탄을 지원했는데 연탄에는 많은 국가 보조금이 포함돼 있고 현재는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많아 2005년 겨울만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중단됐다.

당시 통일부는 토지공사와 자금을 맡고 베트남탄을 수입했다. 수입 업무는 석탄공사가 대행했다. 베트남탄은 민간업체가 수입권을 독점하고 있어 수의계약이 추진됐다. 인천항으로 탄이 들어왔는데, 무연탄을 정상적으로 반입할 수가 없어 한밤에 몰래 하역해 날이 밝기 전 석탄공사 가좌저탄장으로 옮겼다.

또 가좌저탄장에서는 트럭으로 개성까지 날랐다.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 석탄가격보다 물류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후 2007년에도 토지공사가 개성에 석탄을 지원하게 됐다. 인천항 하역 불가로 포항이나 동해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류비가 더 들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조찬제 편집위원

당시 필자는 평양을 자주 방문했다. 북한 명지총회사와 실제 석탄 수출회사인 흥성총회사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개성지역 주민용으로 석탄을 수입해 지원해야 하는데 남한 부두사정과 물류비 부담이 드니 북한탄을 구입해 개성으로 직접 지원이 가능할지 물었다.

당국자는 처음에는 필자의 말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차근차근 설명을 하니 "그게 가능하겠냐"며 반신반의했다. "남측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남북간 실무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남한에서의 일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다. 호의적으로 접근하던 토지공사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실무 담당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상급자가 북한을 어떻게 믿고 그 일을 맡길 수 있느냐면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석탄공사에 근무했던 필자도 내부 직원의 부정적 생각을 설득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자금을 부담하는 토지공사의 업무 위탁이 없으면 아무 일도 추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토지공사를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우리가 질 테니 사업을 추진해 보자고 재차 설득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듣고 되돌아왔다. 하지만 토지공사는 말을 번복하며 시간만 끌었다. 그 사이 북한에선 준비가 다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남북간 합의가 깨질 판이었다. 그러나 가까스로 토지공사를 설득해 착화탄 5만장과 석탄 1만톤에 대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 북한 개성지역에 도착한 무연탄이 하차되고 있다.

업무 위탁을 받은 석탄공사는 남북경협 사업자가 아니어서 경협 사업자인 아스트라상사와 북한탄 반입 계약을 체결했고, 아스트라상사는 북한 명지총회사와 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명지총회사는 북한의 무연탄 생산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생산업체는 개성까지 철도로 석탄을 운송하고, 이 석탄을 개성에 있는 토지공사가 정확히 수량을 확인해 개성주민에게 전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북한 내에서 움직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없으니 개성까지 운송하기로 한 날짜만 가슴 졸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정확하게 지정된 날짜에 개성 탄동역에 석탄을 실은 화차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토지공사를 통해 전달받았다. 쓸데없이 무리해 일을 추진한 게 아닌가하고 한편으론 무척 걱정을 했다. 북한 철도로 정말 개성까지 석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화차 20량(1량은 50톤), 모두 1000톤을 실어 왔다. 북쪽 광산에서 기차로 석탄을 운송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운행속도가 시속 40km 정도로 느리지만 운행이 증명된 것이다. 조금만 더 경의선을 보수하면 경제속도인 시속 70km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석탄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고 싶다. 지금은 도라산역에서 개성 봉동역까지 운행되던 열차도 중단됐지만 북핵 문제만 평화적으로 잘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남한의 연탄공장과 무연탄 발전소를 들락거릴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연탄공장과 무연탄 발전소의 석탄 운송은 철로에 의존한다. 현재 석탄광산은 석탄산업합리화로 5개 광산만 남아 있다. 수요가 공급을 200만톤 가량 초과해 부족분을 북한을 비롯한 제3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도 외화 획득을 위해 350만톤 가량을 헐값에 중국에 내다팔고 있다. 남한에선 경협 사업체인 서평에너지가 유일하게 북한산 석탄을 선박으로 반입하고 있다.

북한에선 석탄을 비롯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화차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차보다 나오는 화차가 더 적은 것은 들어가는 짐보다 나오는 짐이 더 적어서일 수도 있고, 화차를 북한 내수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철도공사가 폐기 처분한 중고 화차를 북한에 보내려고 한다. 일부는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자금이 없으니 돈을 주고 중고 화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지원을 더 바란다. 화차부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개성지역에 석탄 저탄장을 조성해 북한은 그 저탄장까지 화차로 운송하고, 우리가 그곳에서 다시 실어오는 과도기가 필요할 것이다.

오랫동안 끊어진 철로를 하루아침에 잇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서로가 필요로 하는 물동량이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분단된 국토의 혈맥을 일회성 이벤트로 연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상호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석탄 물류가 그 해결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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