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연자원부가 지난 18일 ‘사할린-2’ 프로젝트 2단계 공사에 대한 환경승인을 철회하며 사업을 중단시킨 배경에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부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할린-2는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지분 55%를 보유한채 사업을 주도해왔으며 일본 기업인 미쓰이, 미쓰비시가 각각 25%, 20%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200억달러 규모의 사할린 유전.가스개발사업이다.

 

거대한 에너지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이 사할린-2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지분 매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러시아측이 환경 피해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즈프롬은 지난해 ‘로열더치셸’, ‘미쓰이’, ‘미쓰비시’간 국제컨소시엄인 ‘사할린에너지’와 양해각서를 체결, 사할린-2 지분 25%와 시베리아에 있는 가즈프롬 가스전의 지분 50%를 맞바꾸기로 했지만 사할린-2 사업비용이 2배로 인상되면서 협상 가격차가 커져 무산됐다.

이후 천연자원부와 환경단체들은 송유관 및 가스관 일부 구간에서 토사 유입시 붕괴로 인한 환경 피해가 우려된다는 등 환경문제를 집중 거론했고 지난달부터 사실상 2단계 공사는 중단됐다.

 

사할린-2의 2단계 사업은 석유가스전으로부터 유즈노-사할린스크에 이르는 각 800㎞에 달하는 천연가스 및 석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및 석유 비축시설을 짓는 것으로 한국도 2008년 4분기부터 LNG를 공급받도록 돼있다.

 

일각에서는 사할린-2의 환경승인을 철회한 보다 큰 배경에 러시아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기업들과 체결한 생산물분배협정(PSA)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PSA는 인허가 절차 단순화.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지만 투자한 외국기업이 개발비용을 완전히 상환한 뒤에야 러시아 정부와 이익금 및 로열티를 분배한다는 점에서 러시아로서는 손해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할린-2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1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인상됨에 따라 사할린에너지가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정산한 뒤 러시아와 이익금을 나누는 시기는 오는 2014년 이후라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할린-2 뿐 아니라 PSA를 통해 외국 기업이 참여중인 사할린-1(미국 엑손모빌)이나 북극 하랴가 유전(프랑스 토탈) 사업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19일 세르게이 표도로프 천연자원부 정책국장이 “이들 기업에 부여된 사업 인가가 기술적인 요건 미비로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털의 아담 레인즈 석유가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사할린-2 환경승인 철회)는 PSA를 총체적으로 흔들려는 러시아 당국의 가혹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경승인 철회에 따른 사할린-2 2단계 사업 중단은 양측간 절충을 통해 해결되리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 투자한 가장 큰 사업인 사할린-2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강조해온 러시아의 대외신인도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할린에너지 관계자는 “당국의 결정은 합당한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측과 협상을 계속할 것이며 2008년까지 일본, 한국, 북미에 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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