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팀장

후연구팀장
[이투뉴스 / 칼럼] 최근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음모론’이란 제목으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글들을 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가 뜨겁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인터넷에서 떠도는 회의론에 대해서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 회의론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자연적(태양에너지, 우주선, 자연변동성)이라고 하거나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이러한 논란이 IPCC와 회의론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IPCC뿐만이 아니라 각국 정부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나 관련 국제기구, 학회 등에서도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고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가 원인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관련 내용은 영어판 위키피디아에서 Scientific_opinion_on_climate_change를 검색하면 찾아 볼 수 있음). 미국 정부의 지구변화연구프로그램이 2009년 발행한 정기보고서에서 ‘기후 온난화는 관측에서 명백하다. 지난 50년간 지구온난화는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에 의한 것이다’라는 IPCC의 평가를 그대로 채택한 바 있다. 즉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난 50년간의 기후변화는 인간활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IPCC의 평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이슈 중 과거의 기후변화는 태양에너지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이므로 현재의 온난화도 태양에너지의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태양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20세기 전반에는 태양에너지가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20세기 후반에 관측된 변화는 매우 작으며, 20세기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의 영향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온실가스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세기 전반에는 태양에너지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20세기 후반에는 온실가스 증가로 온난화가 발생하였다.

우주선(cosmic ray)이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태양의 흑점활동이 약해지면 약해진 태양풍 때문에 우주선이 더 많이 투과하여 하층운이 증가하여 기온이 하강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태양의 흑점이 거의 사라진 것이 관측되면서 향후 지구평균기온이 하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아직 과학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원리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의 근거인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은 관측기간 중 가장 온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빙하코아나 지질학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과거의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였으므로 현재 발생하는 기후변화도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의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당연하지만, 이 주장을 현재나 미래의 기후변화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인류가 자연에 버금갈 정도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특히 20세기에 들어서이다. 19세기 말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에 관한 이론을 정립한 아레니우스는 화석연료에 의해 온실가스가 발생하지만, 인류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까지 많이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20세기 초에는 세계의 인구가 현재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약 16억 명이었고, 화석연료의 사용도 매우 적었으며, 인구증가와 산업화의 속도를 과소평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를 자연적인 변동성의 일부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자연변동성은 엘니뇨, 태평양 십년주기 변동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기후변화 추세에 추가하여 나타난다. 그러므로 기온이 낮은 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의 추세가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온난화의 추세는 다르게 나타나는데, 대개 고위도 지방은 적도지방보다 온난화가 큰 특성을 보인다. 만약 어느 해의 온도가 낮게 나타난다고 해도 지구의 기온이 하강하는 추세라고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AP통신 10월 28일 보도 참조).

현재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온실가스의 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면 온도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이 IPCC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은 기후변화 대응은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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